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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를 찍으며, 집시처럼 …

등록 2008-09-24 22:12

사진 <쿠델카/집시들>(아퍼추어 펴냄)
사진 <쿠델카/집시들>(아퍼추어 펴냄)
[매거진 esc] 사진 읽어주는 여자
삶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공평할 수 있는가? 사진집 <인간> 시리즈를 만들었던 한국의 사진가 최민식 만큼 한국의 사진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사진가가 요제프 쿠델카다. 그가 그린 집시들의 모습은 한때 우리 역사에 등장한 민초들을 닮았다.

그의 사진은 공평하지 않은 삶의 조건처럼 거칠다. 고감도 필름으로 찍은 듯한 사진 속 입자들은 금세라도 내 앞에 점으로 툭툭 튀어 나올 것만 같다. 그 입자들이 휘휘 돌면서 지금의 나의 삶을 비웃고 조롱한다. 그가 만들어낸 집시들의 모습이 그렇다.

어떤 땅에서도 정착할 수 없고 정착하고 싶지도 않은 그네들이 우리들을 향해 울고 웃는다. 처참한 환경이지만 자유가 주는 향기가 느껴진다. 그들이 선택한 자유는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깊은 상념을 제공한다.

그들의 삶에 풍덩 빠지고 싶어지지만 네모 앵글 안에 비친 추레한 그네들의 삶의 조건에 질린다. 하지만 사진(오른쪽) 속 여자 아이의 웃음이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창문 속 여인네들의 어두운 형상이 현실이라면 하얀 옷을 입은 그의 웃음은 삶의 조건이 아무리 어두워도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요제프 쿠델카는 평생 집시들을 쫓아 카메라를 든 사람이다.

193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잠시 항공공학 기사로 살았지만 위대한 예술가의 피가 그를 집시들로 인도했다. 1974년 정식 매그넘 회원이 된 그는 지금도 가장 사랑받는 사진가 중 한 명이다. 두 딸과 아들 한 명이 있지만 모두 마치 집시처럼 프랑스·영국·이탈리아에 흩어져 살고 있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쿠델카/집시들>(아퍼추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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