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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벼르기

등록 2008-09-1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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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명절 연휴는 최악이었습니다.

경기가 불황이어서가 아닙니다. ‘연휴 디자인’ 탓이었습니다. 토-일-월로 구성되어 푹 쉴 틈이 없었습니다. 〈esc〉 구성원들에겐 더욱 타격이 컸습니다. 본래 주중에 낀 명절 연휴를 핑계로 신문 발행을 한 주 쉬곤 했는데, 이번 한가위엔 부득이 그 ‘행복한 관례’를 깨야 했던 거지요. 휴일인 월요일에도 나와야 했답니다. 독자 여러분은 거꾸로 행복하신가요? 한 주도 안 쉬고 〈esc〉를 만나니 말입니다^^.

너무 행복하셨는지 초고속으로 보내주셨더군요. 마감이 한참 남았는데, 네 명의 독자가 보낸 몽땅요리퀴즈 답안지가 벌써 도착했습니다. 그 답안지를 보다가 푸하하 웃었습니다. 2번 퀴즈 정답이 반반 갈라져서였습니다. 바로 이 칼럼을 통해 출제했던 문제였죠. “식사 시간에 밥 안 먹고 딴 짓 하는 아이들에겐 어떻게 대응하는 게 가장 비합리적일까요?” 두 명의 독자는 “이웃집에서 말리러 올 때까지 팬다”가 답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두 명은 “왜 밥을 먹어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가 답이라고 했습니다. 우연히도 후자는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설명할 바에는 다리몽둥이를 분지르란 말입니다 하하. 참고로 저희 집 꼬마에게 물었더니 “굶든 말든 밥상을 치운다”가 가장 나쁘다고 하더군요.

밥을 안 먹는 아이에게 몽둥이찜질을 할 부모들도 ‘개밥’에는 분노할 겁니다. 자식들이 식당에서 남들이 먹다 남긴 밥과 반찬으로 식사를 한다고 생각하면 말입니다. 시중 식당의 재탕·삼탕을 고발한 한 티브이 프로그램이 한가위 연휴 때 한 번 더 그 현실을 되짚었습니다. 그걸 보며 부르르 떨었습니다. 초저녁에 뜨는 금성을 ‘개밥바라기’라고 한다던데, 소비자들이 점심부터 떠서 ‘개밥벼르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 칼럼이라 그런지 중언부언했습니다. 저는 다음주부터 이 지면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어디서든 ‘개밥’은 만들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굿바이!

고경태/<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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