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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노믹스

등록 2008-08-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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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녹차를 마시면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패키지여행으로 갔던 중국 항저우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둘쨋날 들른 용정차밭은 거대하고 푸른 경관이 시원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쇼핑코스였습니다. 녹차 시음시간에 현지 안내인은 차에 관한 상식들을 친절하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래봤자 중요한 건 마지막 영업멘트였지요. “자, 어서 많이들 사가세요.” 그것도 여러 번 노골적으로 채근했습니다. 관광객 중 선뜻 사려는 이가 없자 분위기는 어색하다 못해 오싹해졌습니다. 누군가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차가 좋긴 한데… 저거 사가 봤자 썩는단 말이야. 먹지를 않아요~.” 차에 관해 특별한 신념이 없는 이라면, 그럴 가능성 매우 큽니다. ‘작심’을 하지 않는 한, 타 먹기 번거롭고 귀찮은 거지요.

귀찮지 않기로 치면 커피믹스가 최고입니다. 뜨거운 물이 든 종이컵에 내용물을 붓고 휘휘 젓기만 하면 됩니다. 덕분에 커피믹스의 한 해 매출 규모는 6047억원(2006년 기준)이나 된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계산하면, 한 해에 43억봉의 커피믹스가 한국에서 팔려나가는 지경이라네요.

사실 이번호 커버스토리를 취재한 고나무 기자도 커피믹스 마니아였습니다. 하루에 대략 네댓 잔은 들이켰던 것 같습니다. “커피믹스를 마시는 것은 지방과 화학첨가물들을 위 속에 들이붓는 셈”이라는 어느 음식평론가의 조언을 들려줘도 잘 통하지 않았는데, 두 달 전부터 독하게 끊었습니다. 그 중독성이 강한 걸 말입니다. 그래서 만들어 본 말이 ‘커피노믹스’입니다. 레이거노믹스나 디제이노믹스, 엠비노믹스 같은 ‘경제정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단순한 ‘건강정책’입니다. 커피는 노(no) 믹스로! 돈 무지하게 들여 좋은 차를 마시는 것도 좋지만, 당장 커피믹스부터 끊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는 커피믹스도 안 마시고 녹차도, 보이차도 안 마십니다. 그냥 물만 마십니다.

고경태/<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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