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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피자의 환희
[매거진 Esc] 박미향의 신기한 메뉴
아주 납작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후배 중에 얼굴이 ‘넙데데한’ 친구가 있었다. 요즘처럼 깎은 듯한 얼굴에 오뚝한 서양식 얼굴이 인기인 시대에 그는 잘못 태어난 종자다. 코와 입, 광대뼈가 굴곡지게 드러나야 하는 옆얼굴은 밋밋하지 그지없다. 까만 머리가 없었다면 뒤통수라고 해도 곧이 믿을 지경이다. 하지만 그는 아름답다. 남자친구도 많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자신감’. 그에게는 언제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밝고 환한 빛이 느껴졌다. 그 빛에 사람들은 빨려 들어갔다.
방배동 서래마을의 <레드브릭>의 피자는 그처럼 아주 납작하다. 두께가 0.4㎝도 채 안 된다. 유명한 피자 프랜차이즈 체인에서 만든 ‘씬’ 피자(피자 빵이 얇은 것)도 그 정도로 얇지는 않다. 보기만 해도 무거운 것에 눌린 듯 빳빳해 보여 맛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멋진 후배처럼 그 맛은 황금빛이었다. 오히려 피자 빵은 파삭파삭한 크래커 같아서 와사삭 부서지는 맛까지 있었다. 씹는 재미가 있다. 이곳에 피자는 모두 얇다. 팬 피자(피자 빵이 두꺼운 것)는 아예 없다.
그중에서 ‘포모도로 스페셜 피자’와 ‘모차렐라 치즈를 채워 화덕에 구운 토마토구이’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요리다. 피자는 빵 위에 무엇을 얹느냐에 따라 창조적인 요리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포모도로 스페셜 피자’는 주방 안에 만들어 놓는 화덕에서 참나무로 불길을 만들어 빵을 굽는다. 그 위에 카프레제 샐러드를 얹는 것이다. 카프레제 샐러드는 날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와 채소를 섞은 샐러드이다. 납작한 피자 빵과 상큼한 샐러드의 만남이다.
‘모차렐라 치즈를 채워 화덕에 구운 토마토구이’는 방울토마토 안에 모짜렐라 치즈를 채워 넣고 굽는다. 마지막에 갖가지 채소나 다양한 먹을거리를 고명처럼 얹는다. 모양이 예뻐서 금세라도 리본처럼 머리에 꽂고 싶다. 씹는 순간 붉은 토마토가 톡 하고 꽃망울 터지듯 흐트러지고 익은 치즈의 덩어리감을 느낄 수 있다. 야외 테라스도 있어 바람과 요리가 만난다.
주인 고우현(43)씨는 부모님의 작은 레스토랑을 물려받고 국내 요리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그의 맛에 대한 자신감이 차림표에 가득하다. 고씨의 맑은 피부가 납작한 후배의 얼굴과 겹친다.(02)591-7878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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