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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의 계절, 은행나뭇잎 황금카펫을 기다렸다 [ESC]

등록 2023-10-28 06:00수정 2023-10-28 11:31

캠핑의 정석 강원 홍천

홍천은행나무숲 10월 한달 개방
모곡밤벌유원지, 노지 캠핑 성지
홍천강변서 물놀이·낚시도 가능
지난 2019년 10월말 방문한 강원 홍천 은행나무숲.
지난 2019년 10월말 방문한 강원 홍천 은행나무숲.

본격적인 가을 단풍 시즌이 시작되었다. 단풍 지도를 보면서 어디로 가볼까. 고민하게 되는 행복한 계절이다. 올해 강원도는 10월 중순, 중부 지방은 10월 말, 남부 지방은 11월 초 즈음 단풍이 절정에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가야 할 곳은 많고 시간은 한정적이니 선택과 집중이 필수다. 그중에서도 지금이 아니라면 안되는 곳이 있다. 10월을 놓치면 영영 아니 1년을 다시 기다려야 할 단풍 명소다. 이번 주가 절정이라고. 10월, 딱 한 달만 개방하는 비밀의 숲! 강원 홍천 은행나무숲이다.

10월 한정판 ‘비밀의 숲’

캠핑에 푹 빠지기 전에도 홍천 은행나무숲은 해마다 찾는 나의 최애 단풍 명소였다. 핏빛 단풍도, 하늘거리는 억새도 좋지만 그중 제일은 언제나 황금빛 은행나무숲이다. 노란색을 특히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도 있지만, 은행나무 군락지에서 만나는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뭇잎들이 마치 황금빛 카펫을 깔아 놓은 듯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은행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면 숲 전역에서 황금빛 비가 내리는 모습이 꽤나 낭만적이니까.

홍천 은행나무숲은 1985년부터 주민 유기춘(80)씨가 아픈 아내를 위해 가꾸어 온 사유지다. 그는 2010년부터 매년 10월 이곳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광대한 부지에 집채만 한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2000여 그루가 심겨 있어, 해마다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인기 명소다. 올해는 여름이 길었던 탓인지 단풍이 늦어 10월20일 즈음에서야 절정으로 가고 있다고.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한동안 이곳도 만날 수 없었다. 2019년 가을을 마지막으로 3년 내내 폐쇄됐으니까. 2022년 코로나 이후 첫 개방 소식을 듣고 찾아갔지만 예년의 그 분위기가 아니어서 실망한 마음으로 돌아와야 했다. 기다린 만큼 아쉬움도 컸다. 이상 기후로 제대로 된 ‘미모’를 뽐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올해는 추석 연휴인 9월30일부터 개방했다. 반가운 소식을 듣고 단풍이 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다 지인들과 일정을 맞추느라 방문 일정이 다소 늦어지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에스엔에스(SNS)에 올라오는 실시간 소식을 통해 10월 마지막 주말로 디데이를 정했다. 올해 역시 기대감을 잔뜩 가지고 찾아갈 생각에 벌써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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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강 따라 넓게 펼쳐진 캠핑 공간

지난 2019년 10월말 방문한 강원 홍천 은행나무숲 인근 ‘차크닉뷰’.
지난 2019년 10월말 방문한 강원 홍천 은행나무숲 인근 ‘차크닉뷰’.

모곡밤벌유원지는 캠퍼들 사이에서 노지 캠핑의 오랜 성지로 소문이 자자하다. 차박이 대대적으로 확산하면서 주말이면 마땅한 자리를 찾기 힘든데 홍천 은행나무숲을 찾을 때면 가는 길에 있는 이곳에서 자주 캠핑을 했다. 서울에서 가까워 ‘퇴근박’(퇴근 후 캠핑 혹은 차박)을 즐기기에도 좋고, 하룻밤 묵어가며 캠핑을 즐긴 후 홍천 은행나무숲으로 갈 수 있다. 모곡밤벌유원지와 은행나무숲은 같은 홍천군에 있긴 하지만 100㎞ 이상 떨어져있다. 캠핑에 집중하고 싶을 때는 모곡밤벌유원지에서 오토캠핑을 즐기고, 은행나무숲 구경에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땐 인근에서 가볍게 스텔스차박(차 뒤쪽에 부속물을 설치하지 않고 차 안에서 머무는 방식)을 하고 이른 아침부터 홍천 은행나무숲에서 산책했다. 은행나무숲의 공식 개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이지만, 별도의 경계나 문이 있지 않아 9시 전후로 입장하면 조용히 단풍을 즐기기에 좋았다.

모곡밤벌유원지는 캠핑과 더불어 물놀이, 낚시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앞으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물멍’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코앞에 펼쳐진 팔봉산 경치가 도시 사람들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해발 327m 정도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크고 작은 여덟 봉우리가 나란히 이어져 붙은 이름이라고. 모곡밤벌유원지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주변에 수령 50년이 넘는 밤나무 500여그루가 있다. 요즘처럼 가을에는 밤이 주렁주렁 열려 캠퍼들에게 더욱 사랑받고 있다. 무엇보다 홍천강을 따라 넓게 펼쳐진 캠핑 공간이 장점이다. 강변으로 차를 몰고 간 후 마음에 드는 적당한 자리에 텐트를 치면 하룻밤 묵어갈 집이 완성되는 것이다. 극성수기가 아니라면 비좁은 틈을 비집고 애써 자리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주말 캠퍼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 캠핑장 예약을 하지 못했더라도 고민할 이유가 없으니, 캠퍼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테다.

이곳에서 캠핑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새벽녘 홍천강 위로 피어오르는 알싸한 물안개는 한폭의 산수화를 빚어 놓은 듯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강물 소리, 새 소리가 이른 아침부터 기분 좋게 나를 깨우면 텐트 밖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물안개를 만난다. 바로 이런 매력에 취해 이번 주말에도 다시 모곡밤벌유원지로 향할 것이다. 10월이 다 가기 전에.

알아 두면 좋아요

1. 은행나무숲 무료 개방 기간인 10월 한 달간 이곳에서는 방문객들을 위해 작은 먹거리 장터가 마련된다. 감자부침, 도토리묵, 메밀전병, 도토리 임자탕 등 현지 먹거리를 즐겨보자. 홍천 광원1리 내면에서 직접 재배한 무·배추 등의 청정 농산물도 판매한다.

2. 단풍 시즌 절정을 맞아 혼잡이 예상되므로, 홍천 은행나무숲은 오전 9~11시 사이 방문을 추천한다.

3. 주요 명산 단풍 절정 예상 시기는 한라산이 오는 29일, 속리산이 30일, 계룡산 오는 31일, 내장산은 오는 11월6일이다.

4. 모곡밤벌유원지는 자연 발생한 곳으로 관리하는 곳이 따로 없어, 이용료가 따로 없다.

글·사진 홍유진 여행작가

여행작가. 1년의 절반은 타지에 살며 그곳에서의 삶을 기록한다. ‘오늘부터 차박캠핑’, ‘보통날의 여행’,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시크릿 후쿠오카’, ‘무작정 따라하기 오사카. 교토’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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