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쓰는 등산 장비 이야기
고리형 온도계, 고체형 치약 등
필수품 아니지만 있으면 유용해
작고 가벼워도 존재감 큰 장비들
고리형 온도계, 고체형 치약 등
필수품 아니지만 있으면 유용해
작고 가벼워도 존재감 큰 장비들
대피소 등에서 버너를 사용해야 할 때 유용한 파이어 스틸. 이현상 제공
바셀린, 깔창…쉽게 보지 말 것 앙증맞은 사이즈의 고리형 온도계는 가벼운 무게로 배낭의 고리에 걸거나, 재킷의 지퍼 손잡이에 걸어도 크게 거슬림이 없다. 겨울철 등산을 할 때는 추위에 대응하기 위해 중간중간 온도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럴 때 요긴하다. 나침반이 들어 있는 온도계도 있다. 정밀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대략적인 동서남북 정도는 가늠할 수 있어 유용하다. 무게나 가격도 큰 차이가 없으므로 이왕이면 나침반이 들어 있는 게 좋다. 새 등산화를 샀다면 쓸림 방지 연고도 함께 마련하자. 발이 쓸려서 통증을 느끼는 일은 아주 흔한 일인데 특히 새 등산화를 신었을 때 많이 나타난다. 발이 쓸리는 것은 양말과 피부의 마찰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바셀린 같은 연고를 발라주면 좋다. 발뿐만 아니라 사타구니나 겨드랑이도 옷에 쓸려 통증을 느낄 수 있다. 평소 쓸림 때문에 통증을 느끼는 부위에 출발하기 전에 발라준다. 해외 제품인 보디 글라이드(Body Glide)라는 쓸림 방지 전용 연고를 많이 사용하지만 국내 제품도 여럿 나와 있다. 파이어 스틸은 마그네슘 합금과 쇠로 만든 스트라이커를 순간적으로 마찰시켜 불꽃을 일으키는 장비이다. 차돌을 강하게 부딪치면 불꽃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라이터가 흔하고, 등산용 버너는 대부분 점화장치가 달려있는데 굳이 필요할까 싶지만 버너에 달린 점화장치는 가장 고장이 잦은 부품이다. 이것만 믿고 갔다가는 대피소 등에 도착해 버너를 사용하지 못하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파이어 스틸은 특히 물에 젖어도 불꽃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쯤 배낭에 넣어둔다면 언젠가는 크게 쓰임이 있을 것이다. 무게도 불과 20g 내외이다. 내 발에 편한 등산화 깔창도 하나쯤 마련해두자. 등산화를 살 때 기본 제공되는 깔창(인솔, insole)은 대체로 좋은 품질이 아니다. 게다가 개개인의 족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편하다고 하는 등산화도 나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특히 발바닥 중앙의 안쪽 아치에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흔한데 이럴 때는 기능성 깔창을 별도로 사서 사용하는 게 좋다. 움푹 팬 아치 형태를 본떠서 만들어진 깔창이 의외로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화도 마찬가지이지만 기능성 깔창을 구매할 때는 직접 신어보고 사는 게 좋다. _______
포도당 캔디가 당신을 구할지니 산에서 씻는 일은 여의치 않다. 물이 풍부한 곳이라고 해도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는 세제를 사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양치질도 마찬가지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치약은 풍부한 거품을 내기 위해 대부분 계면활성제를 비롯해 방부제 등 다양한 화학성분들이 들어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물로 헹궈 하수구로 통해 버릴 수 있지만 하수 시설이 없는 산에서는 지표면이나 냇물에 흘려버려야 하는데 이는 자연환경을 해치는 일이다. 산에서 양치질할 경우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지 않은 고체형 치약을 써보자. 작은 알약 크기의 고체형 치약은 약병 등에 필요한 만큼만 소분해 다닐 수 있어서 편리하다. 칫솔을 따로 챙기지 않고 꼭꼭 씹은 뒤 깨끗한 물로 헹궈내면 되는 간편함도 산 위에선 장점이다.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등산하다 분실의 위기에 자주 처하는 휴대폰 전용 파우치를 마련해보자. 휴대폰은 등산 중 통화뿐 아니라 사진촬영을 위해서도 빈번하게 꺼냈다 넣기를 반복하게 된다. 등산 앱이나 지도 앱을 보기 위해서도 자주 꺼내게 된다. 바지 뒷주머니나 재킷 주머니에 넣어도 그만이지만 자칫 흘릴 수도 있으므로 배낭 멜빵 고리에 탈부착할 수 있는 휴대폰 전용 파우치가 있으면 편리하다. 겨울철에는 낮은 온도로 휴대폰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온재가 들어 있는 파우치가 좋다. 물론 어딘가 부딪혔을 때 휴대폰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등산 중 ‘당 떨어지는 느낌’은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포도당 캔디다. 등산 활동은 일상 활동보다 2배에서 3배 이상의 열량을 사용한다. 먹은 만큼 간다는 비유도 있지만 충분한 열량을 섭취하는 것은 안전한 등산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지방은 단백질이나 탄수화물보다 에너지 발생량이 많지만 섭취하기가 간단하지 않고, 체내에서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빵이나 김밥 등의 탄수화물은 좋은 에너지원이지만 무겁고, 쉽게 상할 수 있다. 포도당 캔디는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즉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 크기가 작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1년 반 동안 알고 쓰는 등산 장비를 연재하면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지만 여러모로 부족했을 것이다. 모든 재화는 쓰임새가 있을 때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 쓰이지 않는 재화는 폐기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등산 장비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독자들의 안전한 등산 활동에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이현상 그레이웨일디자인 대표, ‘인사이드 아웃도어’ 저자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들과 필자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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