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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사주를 보고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

등록 2022-03-31 13:48수정 2022-03-31 14:15

발랄한 명리학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니까 내가 명리학을 배워보겠다고 기웃기웃한 지 4년째 되던 최근 어느 날이었다. 그날따라 엄마의 사주가 무척 궁금했다. 만세력 앱으로 엄마의 생년월일시를 입력하고 나오는 여덟 글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내가 이 공부를 한 지 그래도 몇년은 됐으니 엄마 팔자 정도는 풀이해볼 수 있지 않을까. 공부를 시작한 초기부터 엄마의 팔자를 들여다보곤 했지만, 늘 해석이 어려웠다. 글자가 그저 있는 그대로 보일 뿐, 그 안에 녹아 있는 엄마의 인생 스토리가 술술 읽히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 ‘매직 아이’처럼 여덟 글자가 조합되어 66년간 흘러온 엄마의 삶이 고스란히 보이는 게 아닌가.

따뜻한 봄에 태어난 큰 산(진월(辰月)의 무토(戊土)) 우리 엄마. 그런데 그 산에는 땅속 깊이 뿌리내려 하늘로 높게 뻗으려는 굵은 나무(갑목(甲木) 편관(偏官))들이 잔뜩 서 있었다. 엄마는 토 기운인 자신을 극하는 목 기운에 둘러싸여 무척 갑갑해 보였다. 편관은 힘든 일 또는 스트레스, 힘든 남편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편관이 지나치게 많은 엄마의 팔자를 보는 순간 평생 배우자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엄마의 녹록지 않은 삶이 훤히 보이는 게 아닌가. 게다가 10년 단위로 들어오는 대운은 또 어떤가. 여성에게 자식운을 뜻하는 식상(食傷)운으로만 흘러가면서 젊은 시절부터 중년까지 자식을 기르는 일에만 집중해온 엄마의 삶이 그려졌다. 늘 사회생활을 하고 싶어 했던 엄마였는데 이렇게 자식운만 강하게 흘러갔으니 아쉬움으로 한평생 사신 거다. 게다가 엄마는 재성(財星)이 없는 무재사주였다. 평생 경제적 주도권 없이 사셨던 엄마의 사주에는 10년 대운에서조차 한번도 재성이 들어오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엄마처럼 살기 싫었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의 삶이 잘 이해 가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엄마의 팔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면서 나는 이제 엄마가 살아온 고된 삶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사주를 보고 한 사람의 인생이 스토리처럼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 주변인들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명리학 공부를 통해 나도, 내 공감 능력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

봄날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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