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정치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5년 만에 돌아오는 대선을 한달 앞두고 있어서다. 하지만 지금은 어찌 보면 ‘명리학의 계절’이다. 큰 선거 앞에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놓고 그 어느 때보다 명리학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ㄱ후보는 올해 나무가 물을 만난 형국이네요.” “ㄴ후보는 쉽게 말해 커다란 칼이라 할 수 있죠”…. 사주를 주제로 썰을 푸는 각종 방송 콘텐츠들은 무척 신이 난 듯 보인다. 여러 사람 앞에 노출된 공인이니 대통령 후보의 생년월일은 쉽게 알 수 있을 터. 태어난 시간은 모르더라도 사주 여섯 글자, 그러니까 연주·월주·일주를 놓고 후보들의 운명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이야기가 여러 매체에서 많이 흘러나온다. 연주와 월주는 직업과 사회생활을 주로 보여주는 자리이고 일주는 자기 자신과 배우자를 나타내는 자리라서 생년월일 여섯 글자만 놓고도 한 사람의 사주풀이가 얼추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인년(壬寅年)의 강한 수(水) 기운과 목(木) 기운이 후보들 한해 운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부터 결국 누가 당선될 것인가 예측까지…. 유권자 한 사람으로서 이런 내용들에 솔깃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정치 행보 너머 후보의 드러나지 않은 내면까지 일견 꿰뚫어 보는 듯한 내용이 호기심을 무척이나 자극한다.
정치의 계절에서 누가 승기를 들 것인가. 이 질문은 오래전부터 명리학의 주요 관심사였다. 노회한 정치인들이 선거철에 유명한 명리학자를 찾아갔다는 이야기나 어디로 집터를 옮겼다는 이야기들이 오래전부터 항간에 떠돌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들도 알 수 없는 미래 앞에서 불안한 마음은 예외가 아닐 테니까.
하지만 사주로 미래 대통령을 맞힐 수 있을까? 사주는 사주일 뿐. 지금은 인공지능 로봇이 치킨을 구워주는 2022년이다. 민주주의와 선거제도가 등장하기 한참 전인 농경사회가 시작되던 시절, 그러니까 기원전 고대 중국에서 태동한 학문이 명리학이다. 그야말로 수천년 전이다. 선거철에 명리학부터 풍수지리학까지 온갖 동양 학문이 소환되지만, 현대사회에서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을 리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명리학을 그저 재미있게 즐기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봄날원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