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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님이여!” 윤호중 원내대표님, 사과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등록 2021-04-22 11:58수정 2021-04-22 18:08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국립현충원 참배하며
“피해자님이여!“ 박원순·오거돈 사건 피해자에 돌발사과
오세훈 시장 사과 대응 차원?…장소·내용·형식 모두 부적절
오거돈 피해자 “현충원 안장된 것도 아닌데 왜 사과?” 반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원내대표단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방문, 현충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원내대표단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방문, 현충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신임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 이렇게 적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방명록 문구 속 ‘피해자님’이 “이번 보궐선거의 발생 이유가 되었던 피해자 분들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들을 향한 사과였다는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원내대표단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참배를 마치고 방명록을 작성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원내대표단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참배를 마치고 방명록을 작성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장소에서 멀쩡하게 살아있는 성추행 피해자들을 언급한 것이 엉뚱하기도 하지만, 민주당이 그간 해온 텅 빈 사과를 반복하고 있어 내용마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을 진심으로 사과하는지 언급하지도 않았다. 장소·형식·내용 모두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당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는 윤 원내대표의 어긋난 사과에 대해 “저는 현충원에 안장된 순국선열이 아니다. 도대체 왜 현충원에서 제게 사과를 하시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김태년 전 당 대표 직무대행이 본인 명의의 회신문에서 약속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조처 등이 감감무소식인 상황에서 윤 원내대표가 현충원에서 사과한 것이 “모욕적”이었다고 비판했다. “말뿐인 사과는 필요 없다. 당신들께서 하신 말씀에 책임지시라”는 것이다.

피해자의 반발만 산 윤 원내대표의 현충원 돌발 사과는 지난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식 브리핑을 열어 피해자에게 사과한 것에 대한 나름의 대응으로 비친다. 하지만 내용과 형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오 시장은 별도의 브리핑 장소와 시간을 마련해 기관장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밝혔다. 내용도 “사건 발생 즉시 제대로 된 즉각적인 대처는 물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한 서울시의 대처가 매우 부족했다” 등 비교적 구체적이었다. 사과문에는 성추행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독립된 성희롱·성폭력 특별전담기구 설치 등 제도적 보완책도 담겼다.

민주당 지도부는 늘 상황에 떠밀렸을 때만 마지못해 사과해왔다. 지난해 7월 첫 사과를 할 때도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피해자를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1월 인권위가 박 전 시장 행위를 성희롱이라고 판단하고서야 뒤늦게 이뤄진 두번째 사과에서도 당내 주요 인사들의 2차 가해에 대한 사과와 구체적인 방지 대책은 빠졌다. 지난 달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 기자회견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나온 당 중앙선대위 대변인 명의 사과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 시장 사과 뒤 피해자는 입장문을 내어 이번 사과가 자신이 이제까지 받아왔던 사과와 달랐다고 했다. 책임 있는 사람이 별도의 시간과 장소를 내서 조심스러운 어조로 대책까지 짚으면서 사과한 일이 처음이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제가 받았던 사과는 에스엔에스에 올린 입장문이거나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코멘트 형식의 사과였습니다.… 무엇이 잘못이었는가에 대한 책임 있는 사람의 진정한 사과였고, 제 입장을 헤아려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는 모습에 눈물이 났습니다.”

민주당이 피해자에게 해야 할 사과의 형식과 내용은 답이 이미 나와 있는데, 윤 원내대표는 현충원에서 난데없이 ‘피해자님’을 외친 셈이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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