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기 위한 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민 10명 중 7명이 “자녀의 출생신고 때 부모가 협의해 성과 본을 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는 “자녀에게 엄마 성을 줄 수 있는 권리도 동등하게 보장해달라”는 청원도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 : 아이 없는데 혼인신고 때?...갈길 먼 ‘엄마 성 따르기’)
여성가족부는 30일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가족 개념이 전통적인 혼인·혈연 중심에서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양한 가족에 대한 사회적·개인적 수용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만 19~79살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3.1%가 아버지 성을 원칙적으로 따르는 현재의 제도 대신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때 부모가 협의해 성과 본을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2.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찬성 비율은 여성(80.6%)이 남성(65.8%)보다 높았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았다. 성별·연령별 변화 폭은 ‘70대 남성’ 응답자가 가장 컸는데, 이들의 찬성비율은 지난해보다 19.6%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와 비혼에 대한 수용성도 높았다. 응답자의 80.9%가 ‘성인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78.3%가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응답자 10명 중 7명(69.7%)은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밝혔고, 70.5%는 “사실혼, 비혼 동거 등 법률혼 이외의 혼인에 대한 차별 폐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기 위한 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는 자녀가 아빠 성을 따르도록 하는 현행 부성주의 원칙을 폐지하고 관련 민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이날 올라온
“자녀에게 엄마 성을 줄 수 있는 권리도 동등하게 보장해주세요” 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0235)은 △민법 781조1항에 규정된 자녀의 성·본 결정 방식을 부성주의에서 ‘부부 간 협의’로 개정 △자녀의 성·본 결정을 혼인신고가 아닌 출생신고 때 하도록 변경 △자녀가 원할 경우 성·본을 바꿀 수 있는 절차 마련 △관련 사항을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기구 구성과 전담부서 지정 등을 요구했다.
청원은 “호주제가 폐지된 뒤에도 현행 민법은 여전히 아버지의 성을 원칙으로, 어머니의 성을 예외로 취급한다”며 “부성주의 원칙은 평등한 부부 관계를 방해하고,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며,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청원은 또 “부모 모두가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자녀에게 성을 물려줄 수 있는 권리도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며 “부성주의 원칙은 아버지와 자녀의 성이 다를 수 있는 이혼·재혼 가족, 미혼모 가족, 동성 부부 가족, 혈연과 혼인 외의 방식으로 구성돼 성씨를 공유하지 않는 가족을 ‘비정상’으로 만든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 5월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민법의 부성주의 원칙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2018년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에서 부성주의 원칙을 폐기하고 ‘부부 간 협의’ 원칙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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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서 여성가족부를 출입하며 젠더 분야를 취재하는 박다해 기자입니다. ‘젠더101’ 연재를 통해 조금 ‘쉬운’ 젠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101’이란 숫자는 흔히 어떤 학문의 개론이나 입문 수업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젠더101’ 코너에서 우리의 일상이나 주변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인데요. 다양한 사람,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성평등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왠지 ‘각 잡고’ 읽거나 공부해야할 것 같은 부담은 덜어내셔도 됩니다. 다뤘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 제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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