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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엄마 기자가 쓰는 ‘에라 모르겠다’ 일기

등록 2010-05-24 17:24수정 2010-05-25 09:18

엄마 기자가 쓰는 ‘에라 모르겠다’ 일기. 김은형 제공
엄마 기자가 쓰는 ‘에라 모르겠다’ 일기. 김은형 제공
한겨레 특집 | 새로쓰는 육아이야기
아이, 이렇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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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의 반 이상이 연애와 결혼이었던 시절 늘 마음이 왔다갔다 갈짓자를 걸었다. 말 잘 통하고 취향도 비슷한 남자를 만나야 할까, 이른바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나야 할까. 전자를 만나면 후자 생각이 났고 후자를 만나면 전자 생각이 간절했다.

쳇바퀴 돌리는 고민에 지쳐 ‘에라 모르겠다’ 할 때 결혼을 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아이가 없었다. 아이를 기다리면서도 적극적으로 난임 치료에 나서지 않았다. 아이를 낳으면 어떤 엄마가 될지 스스로를 못 믿었다. 막상 애를 낳으면 초딩 때부터 입시 스펙 쌓는 속물 엄마가 되면 어떡하지? 대안적 육아서 지침대로 ‘믿고’ 키웠다가 아이를 실패자로 만들면 어떡하지?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 순간 병원문을 두드렸고 올 2월, 우리 나이로 서른아홉, 만으로 따져도 서른일곱이 넘어가기 직전 아이를 낳았다. 일단 극성 엄마 패스. 아이가 백일이 다 되어가는데 출산 준비하면서 사둔 초점책도 안보여주고, 모빌도 안달아줬다. 먹이고 재우는 데만도 등골이 빠지는데 교육은 무슨 교육!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자율 엄마가 될 자신도 없다. 가장 큰 걱정이었던 난임 문제가 해결된 순간, 또다른 걱정거리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 걱정의 상당 부분은 늦은 출산으로 인한 부담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방학 때 해외여행도 다녀온다는데 우리 집 아이는 조기 퇴직한 부모와 함께 365일 방바닥만 긁게 되면 어떡하지? 어린 아이들일수록 부모의 외모에 예민하다든데 엄마 늙었다고 아이가 창피해하면 어떡하지? 그보다 과연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살면서 아이를 보살펴 줄 수 있을까?

사람이 나이 든다는 건 원숙해지고 삶의 지혜가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육아에서는 예외다. 겉보기와 달리 아기가 소리 높여 울면 아기보다 얼굴이 더 파래지는 나는 초보 엄마일 뿐이다.


노하우는 없고 다만 노산의 후유증인지 허리, 무릎 안 아픈 데가 없는 엄마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쑥쑥 커가는 아이와 나, 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이 든 엄마의 여유와 품위를 보여줄 수 있을까? 스릴 넘치는 좌충우돌의 실수담이 되지 않을까? 이런 엄마의 근심과 각오를 아는지 모르는지 튼실한 허벅지 내놓고 자는 중인 우리 아기, 엄마 옆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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