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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여성친화도시’조차 지역엔 절실한 이유…당선자는 아시나요?

등록 2022-04-01 04:59수정 2022-04-01 07:52

여가부, 지자체 여성정책 총괄·조정 역할
부처 폐지, 지자체 성평등 정책 축소 ‘신호탄’
성별영향평가·여성친화도시 등엔 직접 타격
단체장 성향 따라 여성정책 운명 달라질 수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폐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일선 지방자치단체 여성정책 담당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자체의 여성정책을 직·간접적으로 총괄·조정하는 여가부가 사라지면 지방에서의 성평등 정책이 후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여가부 예산으로 진행되던 여성정책이 중단·축소되거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관련 연구기관이 통폐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가부 폐지는 당장 전국 16개 광역 지자체 산하 여성정책연구기관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이들 기관은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하지만 주요 사업들은 여가부 예산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가 펼치는 정책·사업이 성별과 무관하게 공평하게 혜택을 주는지 평가하는 ‘성별영향평가’ 사업이 대표적이다. 각 지자체 여성정책연구기관들은 여가부 예산으로 지자체 정책·사업의 성별효과를 분석한다. 광주광역시의 여성정책연구기관인 광주여성재단 김미경 대표는 “여가부가 폐지되면 당장 성별영향평가 소관 부처가 사라지게 되고, 사업이 축소되거나 유야무야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 역량 강화·안전 등의 정책을 구현하는 시·군을 여가부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해 지원하는 ‘여성친화도시’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남희 충청북도 여성가족정책관은 “여가부 입장에서는 작은 사업이지만 청년 여성 등 인구 유출이 심각한 지자체에서는 굉장히 절실하게 여기는 ‘타이틀’이다. 지자체장 입장에서는 여성친화도시에 지정되기 위해 관련 정책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선거철만 되면 ‘여성친화도시로 만들겠다’는 구호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사업에서 탈락한 시·군에는 컨설팅도 제공한다.

성인지 감수성이 뒤떨어진 지자체에 대한 여가부의 총괄적 교육 및 감시 기능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도 문제다. 여가부는 지자체 공무원의 4대 폭력(성희롱·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예방교육의 이수 실적을 점검한다. 이남희 정책관은 “여가부와 같은 주무부처의 관리와 감시 없이 바쁜 국장·실장 등을 한자리에 모아서 폭력예방교육을 받게 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의 여성정책 담당관은 여가부가 지난해 6월 일선 지자체에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에 대해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폐지를 권고했던 사례를 들었다. 이 담당관은 “성평등 주무부처로서 여가부 고유의 지자체 정책 감시 기능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현장에선 여가부 폐지가 지자체에 일종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지자체의 여성정책 주무부서와 연구기관의 앞날이 지자체장의 정치적 성향에 맡겨질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민무숙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원장은 “여성정책 주무부처가 사라지면 자연적으로 지자체의 여성정책 추진동력도 떨어지고, 관련 예산과 인력 확보도 지자체장의 판단에 맡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남희 정책관 역시 “국비지원 사업에 민감한 시·도 지자체는 중앙부처의 정책 방향과 함께 보조를 맞추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여가부가 사라지면 여성정책 관련 부서와 연구기관의 존폐도 논의될 것”이라며 “여가부 폐지가 결과적으로 지역 여성들의 실제 삶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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