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룻 진보당 노원구 시의원선거 예비후보가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위치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하라"라고 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르면 다음주 가시화될 새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두고 중앙·지방 정부의 성평등 정책 수행 당사자들도 다수가 부정적 견해를 보이며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여가부의 기능별 타부처 이관 등을 검토 중으로 알려져있다. 여성계·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치적 입장만으로 보기 어렵다. <한겨레>가 중앙부처에 속한 성평등 정책 수행 당사자 5명에게 폐지안에 대해 물었다. 이들 가운데 다수가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 각 부처에서 이행하게 될 성주류화 정책이 주변화되고 제각각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내 성평등 정책은 방향 제시·업무 협력 주무 독립부처로서 여성가족부와 다른 부처 내 하부 조직인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병합한 형태다. 현 정부가 분야별 성희롱·성폭력 방지와 성차별적 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2019년 5월 신설한 결과, 고용노동부·교육부·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법무부·보건복지부·대검찰청·경찰청 등 8개 부처에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있다.
<한겨레>는 이 가운데 답변을 거절하거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은 부처 쪽을 제외한 5개 부처 담당관(서기관급)의 의견을 취합할 수 있었다. 4명은 “여가부 폐지로 성평등 정책 추진 체계가 위축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컨트롤타워 부재는 담당관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다. ㄱ부처 담당관은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 (성평등 정책) 방향부터 명확하지 않게 된다. 같은 정책을 해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나. 각 부처가 ‘알아서’ 제 기능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성평등 정책에 대한) 장관 의지가 약한 곳은 담당관 제도 자체가 약화하거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될 수 있다”고 했다. ㄴ부처 담당관은 “이제 겨우 담당관 제도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내년 말 직제 평가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담당관 제도 상설화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담당관 제도는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의 신설 조직 평가를 통과해 존속기간이 오는 2023년 12월까지로 연장됐다. 부처 신설 기구(직책 포함)는 2년간 한시 운영하고, 행정안전부가 이를 평가해 존속·폐지를 결정한다.
정부의 성평등 정책이 놓인 특수성 때문에 여가부의 존치가 더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ㄷ부처 담당관은 “성평등 정책에 담긴 가치가 기존의 일반적인 정책과 정치 체계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여건이 있었다. 그래서 여가부가 생겼고, 부처 신설 취지와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여가부 폐지는 물론 개편도 아직 이른 논의라고 지적하는 배경이다. 그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 아래서 (여가부 폐지·존치 문제를) 접근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며 “다른 부처에 여가부 업무를 이관하면 성평등 정책은 주변화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향후 여가부가 실제 폐지될지, 축소될지 내다보긴 어렵다. 이들 행정 전문가들은 여가부 폐지 여부를 떠나 성평등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는 필수적이라고 제안했다. ㄹ부처 담당관은 “여가부가 양성평등정책담당관 협의체의 중심 역할을 했다. 여가부가 폐지되더라도 정부 내 성평등 업무를 추진할 컨트롤타워가 신설돼야 한다. 만약 이런 대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성평등 추진 체계는 힘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ㅁ부처 담당관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조직 개편은 있었다.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제도 등 성평등) 정책은 법에 기반해 운영하기에 부처 존폐와 상관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어떤 형태로든 성평등 정책을 담당하고 실행할 조직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독립부처 형태가 아니고선 컨트롤타워를 둔다 하더라도 행정적 이유로 성평등 추진 체계에 힘을 실을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겨레>에 “위원회는 법안제출권도 없고 예산편성권도 없다. 집행력이 있는 부처의 형태가 아니라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미 역사적 경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대통령 직속의 여성특별위원회를 신설했지만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2001년 법률발의권 등을 갖춘 여성부를 만들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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