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한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장(마이크 든 이)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회·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연 ‘누리과정 예산 정부해결 촉구를 위한 합동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책임있는 조처를 호소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학부모들 ‘누리과정’ 논란에 뿔났다 “아이들 볼모로 뭐하는 짓인가”
“아이들을 볼모로 무슨 짓인지 모르겠어요. 국가책임보육이라는 공약을 왜 했습니까? 해마다 예산 문제로 이렇게 난리가 나는데 이것이 국가책임보육입니까? 공약은 지키라고 있는 거잖아요. 교육부와 교육청이 서로 예산 편성 미루고 정말 화가 납니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죠. 해마다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5살, 7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김아무개(42)씨는 요즘 뉴스만 보면 화가 나고 한숨이 나온다. 김씨는 누리과정 사태 해결을 위해 21일 부산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전국 시도교육감들을 만난다는 얘기를 듣고 조금이라도 진전된 방안이 나오길 기대했다. 그러나 교육부장관과 교육감들이 서로 다른 입장만 확인했을 뿐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김씨는 “누리과정 지원금이 나오지 않으면 당장 한 달에 44만원이라는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안 그래도 빠듯한 살림에 아이들 교육비를 더 내야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이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사태로 ‘보육대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과 어린이집·유치원 원장들의 분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각종 포털사이트 육아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영유아 부모들이 최근 사태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회원수가 240만명에 이르는 네이버의 한 육아 까페에서는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교육비가 오를 것에 대해 걱정하는 부모들의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danm****은 “아기가 둘이다 보니 어린이집 원비 말고도, 다 하면 백만원은 나옵니다. 남편 월급은 오르지도 않는데 물가는 오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진짜 한숨밖에 안 나오네요”라고 말했다. 아이디 gom****은 “화나요. 진짜. 5살 50~60만원이면 너무 하잖아요. 큰 아이 교육비 때문에 어린 둘째도 억지로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돈 벌러 나가야 할까봐요. 공약을 했으면 지켜야지, 생색만 내고 돈은 다 떠넘기고”라며 정부를 성토하는 글을 올렸다.
일부 카페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직후에 말들을 캡쳐해 올리며,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리꾼 허어**은 “대통령 공약 사항입니다. 그런데 정부와 교육감들이 저렇게 서로 줄다리기하고 있는데 왜 가만히 있나요. 애 낳아 키우는 사람들 제발 투표 좀 정신차리고 합시다”고 말했다. 누리꾼 행복**는 “알아서 다 하겠다고 하고 왜 이런 식인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나몰라라 하니 어이가 없네요”라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 파행 문제로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어린이집 및 유치원 원장들의 분노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전아무개씨는 누리과정 예산 파행 사태가 해마다 되풀이되면서 유아반 정원이 25%나 줄었다고 밝혔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유아반 추가 인원 20명 뽑을 때 600명이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는데, 누리예산 문제가 생기면서 이제 유아반에는 대기자가 거의 없다. 어린이집 예산 미편성에 대한 우려로 많은 학부모들이 유치원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전 원장은 “누리과정은 우리 사회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교육 문제인데 돈 문제가 되어버려 서글프다”며 “하루빨리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원장은 “단순히 누리과정 예산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를 넘어서 노동정책, 조세 정책 등도 논의하면서 저출산 문제, 일·가정 양립 문제, 유아교육 문제를 어떻게 풀지 정부가 종합적인 그림 안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며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자는 식의 대처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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