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비혼모의 힘든 부분, 좋은 부분 다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한국 사회에 당당한 비혼가족 이정표를 세운 이는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2)씨다.
지난해 11월 기증받은 정자로 비혼 출산한 사실을 공개한 그는, 최근 ‘정상가족’을 중심에 둔 <한국방송> 육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아들 후지타 젠과 고정출연을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한국 사회의 반응이었다. ‘올바른 가족관을 해친다’는 소수 반발이 있었지만, 과거와 달리 별다른 반향은 없었다. 오히려 응원 목소리가 컸다.
가족 형태 변화가 이를 실증한다. 통계청 조사에서 부부와 미혼 자녀가 함께 사는 것을 전제로 한 ‘정상가족’ 비중은 2010년 37%에서 2019년 29.8%로 줄었다. 반면 1인 가구는 같은 기간 23.9%에서 30.2%로 증가했다.
혼인과 혈연으로 엮은 전통적 가족 개념은 느슨해졌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10명 중 7명(69.7%)이 혼인·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데 동의했다. 가족 형태로 비혼 출산(48.3%), 남녀 동거(67%), 비혼 독거(80.9%) 등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도 기존 통념을 깨기에 충분할 정도로 높았다. 비혼 동거를 긍정하는 응답 역시 전 연령대에서 높게 나타났다. 청년세대인 10대(76.1%), 20대(78.6%), 30대(74.2%)는 물론, 중장년인 40대(66.5%), 50대(50.4%), 60대 이상(37.6%)에서도 비혼 동거가 또 하나의 가족 형태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먼 곳,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이 있다. 사유리씨 같은 자발적 비혼모도 있고, 독신 입양을 해 자발적 비혼부를 선택한 사람도 있다. 성소수자로 동성 결혼을 꿈꾸는 사람, 따로 또 함께 살아가는 비혼 공동체도 있다.
한국 사회 가족 개념은 빠르게 변하는데 법과 제도 변화는 더디다.
지난달 나온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5년)은 정부 가족 정책 패러다임 전환과 가족 형태 변화에 따른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사회적 합의와 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은 많다.
15일은 ‘건강가정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가정의 날이다. ‘건강가정’ 바깥, 무수히 많은 엔(n)개의 가족 모습을 살펴본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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