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폭음탄으로 추정된다고 ‘오메가 리서치 파운데이션’이 올린 사진. 오메가 리서치 파운데이션 SNS 갈무리
“최소 70명.” 톰 앤드루스 유엔(UN) 미얀마 특별 보고관은 1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미얀마 군부 쿠테타가 발생한)지난달 1일 이후 최소 70명이 살해됐으며 2천명 이상이 불법으로 구금됐다”고 밝혔습니다. 미얀마 군부의 시위대 유혈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계속됩니다.
그런데 미얀마 군부의 시위대 폭력 진압에 ‘한국산 무기’가 쓰이고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한겨레>는 국제인권단체 중심으로 제기되는 ‘한국산 무기 의혹’을 살펴봤습니다.
취재 결과 국내 업체들이 과거 미얀마에 폭음탄과 가스총을 수출한 이력이 있었습니다. 혼란스런 미얀마 상황 탓으로 당시 수출한 무기들이 현재 사용되는지는 확인이 되지는 않지만 국제인권단체, 미얀마 현지에서 나오는 이야기, 국내 미얀마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해당 무기들이 사용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누리집에 올라온 미얀마 보고서. 누리집 갈무리
미얀마 군부의 시위진압에 한국산 무기가 사용된다는 의혹은 국제인권단체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무기 거래 등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오메가 리서치 파운데이션’은 지난달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한국 대광화공이 만든 DK-44와 퓨즈 모양이 유사하고 디자인이 비슷한 제품이 쓰이고 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11일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50여개의 현지 동영상을 분석해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에 관한 보고서를 냈는데 미얀마 군부의 여러 무기를 소개하며 “한국 대광의 DK-44 섬광폭음탄(flashbang)’이 시위진압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언급합니다.
이에 실제로 한국산 무기가 미얀마에 수출된 적이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참여연대가 국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대광화공은 미얀마에 2014년 DK-N500·DK-38s 18만9364발, 2015년 DK-44(sound,6BANG)·DK-N500(empty) 1만9020발을 수출했다고 합니다. 대광화공 누리집 설명을 보면, DK-38s는 “장전해 발사되며 공중에서 점화돼 지면에서 최루가스를 방출한다. 먼 거리의 시위대를 진압하는 데 효과적이다”고 돼 있습니다. DK-N500과 DK-44는 직접 사람이 던져 사용하는 수류탄 방식의 시위 진압 도구입니다. DK-N500는 수류탄 방식의 최루탄으로 “개인의 휴대가 용이한 최루탄으로 안전핀을 제거한 후 투척하여 30~50m 전방의 지면에 떨어지면 최루가스가 15초 동안 방출된다. 근거리의 시위대 및 강력 범죄자의 제압·체포 시 매우 유용하고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국제인권단체들이 미얀마에서 사용됐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DK-44는 폭음탄으로 “안전핀을 제거한 후 작동시키면 약 1~3초 지연 후 지면이나 공중에서 폭발하여 약 160dB의 강력한 폭음을 순차적으로 6번 발생시킨다. 근접한 시위대 및 건물 내 밀폐된 장소의 시위대 또는 강력 범죄자의 체포에 효과적”이라고 소개돼있습니다. 160db는 고막이 파열될 수 있는 정도의 소음이라고 합니다.
국내 최루가스총이 수출돼 사용된다는 의혹도 나옵니다. 미얀마 활동가들을 통해 받은 2019년 사진을 보면, 총기로 보이는 무기에 ‘SJ-102. MADE IN KOREA’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한국 회사인 십자테크놀로지가 생산한 최루가스총으로 38밀리 더블액션형 단발입니다. 제품 설명엔 “시위진압 현장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상황에 신속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가스발사총으로 빠른 사격이 가능하고 개머리판을 접을 수 있어 휴대하기 편리하다”고 나와 있습니다. 한 미얀마 인권활동가는 “현지에서 경찰이 사용하는 무기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회사들은 자사 제품들의 미얀마 수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대광화공 관계자는 최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15년 우리가 만든 DK-44 폭음탄 3만여개를 미얀마 경찰에 수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조업체라 수출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 DK-44 모델 중 최루탄도 있었는데 생산한 지 오래됐다”며 “인체에 치명적이지는 않다. 이런 식(미얀마 시위 탄압용)으로 쓰일 수 있을지 생각도 못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스발사총 제조 회사인 십자테크놀로지는 “2014년 SJ-102를 소량 수출했다. 문서보관 기간 5년이 지나 정확히 얼마나 수출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현지에서 직접 한국산 무기가 사용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광화공 제품 설명은 스티커로 붙어있는 것과 달리 현지에서 발견되는 DK-44 제품 설명은 인쇄 형식으로 표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현지에서 사용되는 제품들 사진을 보여주자 대광화공 관계자는 “(인쇄 형식이라) 우리가 작업하는 방식은 아니다. 우리 제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얀마 등 국외로 시위진압용으로 수출된 제품이 있다면, 언제든 사용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한국에서 더 이상 시위진압에 쓰이지 않는 한국산 최루탄이 바레인과 터키 등에서 인권침해에 사용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쓰이지 않는 최루탄은 해외에서도 쓰이지 않아야 한다. 인권침해에 한국산 무기가 사용되지 않게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등 수출 제도 전반을 손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12일 한국 정부도 미얀마에 군용물자 수출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이날 오후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내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미얀마군과 경찰 당국의 무력행사로 다수의 희생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군용물자의 미얀마 수출을 금지하고, 산업용 전략물자 수출 허가도 엄격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얀마 시위진압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한국산 최루탄과 최루탄 발사체 등 시위진압 장비는 군용물자에 해당해 수출이 금지됩니다.
전광준 최현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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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탄 맞서는 미얀마 시민의 무기는 ‘벽돌·드럼통·안전모·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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