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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총탄 맞서는 미얀마 시민의 무기는 ‘벽돌·드럼통·안전모·치마’

등록 2021-03-11 10:40수정 2021-03-12 02:33

시위 한달째…군경 폭력진압에도 비폭력 유지
10일 미얀마 만달레이의 거리에 시민들이 벽돌과 나무상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깔았다. 만달레이/EPA 연합뉴스
10일 미얀마 만달레이의 거리에 시민들이 벽돌과 나무상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깔았다. 만달레이/EPA 연합뉴스
군경의 무자비한 폭행과 실탄 사격에도, 미얀마 시민들은 평화적인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 시민들은 안전모와 보안경을 쓴 채 벽돌과 드럼통으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쿠데타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이피에이>(EPA)와 <아에프페>(AFP) 통신 등에 보도된 사진을 보면,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 시내의 거리에는 벽돌 수천장이 깔렸다. 쿠데타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거리에 세워 둔 것이다. 벽돌 맨 앞쪽에는 나무 상자와 나무 수레, 모래 포대, 대나무 등으로 쌓은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군경이 진압에 나설 것에 대비해, 이를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미얀마 군경은 지난달 말부터 강경 진압에 들어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와 최루탄, 고무탄은 물론 실탄 사격까지 가하고 있다. 시민들도 자위 수단을 직접 제작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위 초반에는 플라스틱 물통을 방어용으로 썼으나, 최근에는 드럼통을 잘라 만든 철제 방패를 만들어 사격에 대비하고 있다. 주로 시위대의 맨 앞에서 군경에 맞서는 시민들이 철제 방패 뒤에 숨어 시위를 이끈다.

8일 미얀마 양곤에서 한 여성이 안전모를 쓴 채 철제 방패 뒤에 숨어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8일 미얀마 양곤에서 한 여성이 안전모를 쓴 채 철제 방패 뒤에 숨어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군경의 사격에 머리를 맞고 사망하는 이들이 늘면서, 시민들은 공사장이나 공장에서 쓰는 안전모를 조달해 쓰고 있다. 이런 안전모는 실탄을 정통으로 맞으면 버티기 어렵지만, 고무탄 등에는 효과가 있고,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최루탄과 물대포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 현장에서 쓰는 보안경도 쓰고 있다.

최근 한 안전장구 판매상이 본인의 상점에 있는 헬멧과 보호조끼 등을 시위대에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그는 “필요한 만큼 가져가고 반드시 살아오겠다고 약속해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시민들에게 물품을 배포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한 달 넘게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면서도 적극적인 폭력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 양곤에 거주하는 한 현지 교민은 “미얀마인들이 크게 분노하면서도 화염병도 하나 던지지 않고 있다”며 “돌을 던지는 경우가 있는데, 총을 든 군경에 대한 분노의 표현일 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비폭력 기조를 유지해 폭력을 쓰는 군부보다 윤리적 우위에 서는 한편, 군부에 더 큰 폭력 행사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시민들은 사회적 터부를 이용한 대응도 하고 있다. 미얀마에는 여성 전통 복장인 ‘터메잉’(치마)을 걸어놓은 빨랫줄 밑을 남자가 통과하면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는데, 시민들은 이런 속설을 활용해 시위 현장에 터메잉을 내걸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8일 미얀마 양곤의 시위 현장에 전통 의상인 여성 치마가 걸려 있다. 양곤/EPA 연합뉴스
8일 미얀마 양곤의 시위 현장에 전통 의상인 여성 치마가 걸려 있다. 양곤/EPA 연합뉴스

1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철제 방패 뒤에 숨어 시위를 하고 있다. 만달레이/AP 연합뉴스
1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철제 방패 뒤에 숨어 시위를 하고 있다. 만달레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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