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왼쪽 세 번째)과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와 만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가 지난 3일 노동조합법(노조법) 시행령을 근거로 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고 판결한 가운데, 김재형·안철상 대법관이 다수의견(12명 대법관 중 8명)과 같은 결론을 내리면서도 별개의견으로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막고 있는 노동조합법이 문제’라고 지적해 눈길을 끈다.
노조법 제2조4호라목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재형 대법관은 이 조항과 관련해 별개의견에서 “적법하게 설립된 노조에 해고 근로자가 한 사람이라도 포함돼 있으면 그 노조를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법률이 정당한가”라고 반문했다. 전교조는 조합원 6만여명 중 9명이 해직 교원이라는 이유로 2013년 10월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다. 해직 교원 9명은 과거 조합원으로 활동하다 지방교육자치법,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고 해임됐다.
이를 놓고 김 대법관은 전교조가 △교원과 무관한 제삼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거나 △모든 해직 교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며 “법 규정의 엄격한 적용만을 고집한다면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적응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실제 생활에 부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뒤처진 규정의 적용이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이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체념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조항은 노동삼권의 실질적인 행사를 위한 근본적 토대를 허물어 버려 노조법의 존재 이유에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안철상 대법관도 별개의견으로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노조법은 국제 사회의 보편적 기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국제노동기구는 2017년 7월 ‘관련 조항을 지체 없이 폐지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7월 한국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위반사항의 하나로 노조법을 언급했다.
안 대법관은 별개의견에서 “세계적으로 해직자를 노동조합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법률은 현재로써는 물론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해당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본질과 정신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노조법 개정안 등을 제출한 상황을 언급하며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세계 보편적 기준은 일시적으로 막을 수는 있지만 건강한 사회라면 언젠가는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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