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 선수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연 출범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고 최숙현 선수의 유언을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경찰 부실 수사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경찰의 참고인 진술조서가 최초로 공개됐다. 해당 조서에는 동료들이 진술했다는 추가 폭행 피해가 적혀있지 않아, 경찰이 이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겨레>가 박완수 의원실(미래통합당)을 통해 입수한 고 최숙현 선수 동료 ㅁ씨의 지난 3월28일 경찰 참고인 진술조서를 보면, ㅁ씨가 ‘가해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한 내용은 적혀있지 않다. ㅁ씨는 앞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 때 담당 수사관이 ‘최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진술은 더 보탤 수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고, ‘벌금 20만∼30만원에 그칠 것이다.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며 사실상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고 최숙현 선수 동료 ㅁ씨의 경찰 참고인 진술조서. 박완수 의원실 제공
ㅁ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에도 ‘왜 내 얘기는 반영이 안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경찰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었다. 고소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경찰의 말을 듣고 오히려 머뭇거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ㅁ씨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섰던 ㄴ씨 역시 <한겨레>에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장아무개 선수에게 멱살을 잡히고 옥상에 끌려갔던 일 등을 증언했으나, 경찰이 이를 진술조서에 적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말했다. ㄴ씨는 “원래 최숙현 선수와 같이 고소하려고 했으나, 경찰이 ‘어차피 단순 벌금 정도로 끝날 것’이라고 말을 해 보복이 두려워 포기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들은 당시 조사 때 고소를 하지 않겠다고 진술했다가, 최숙현 선수 사망 뒤 “용기를 냈다”며 가해자들을 고소했다.
경찰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조사는 목격자를 참고인으로 조사해 최숙현 선수 피해 사실을 입증해나가는 수사 절차였다. 고소내용을 토대로 조사했고, 가해자들의 혐의점에 대해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관이 압박 발언을 했는지는) 내부 감찰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경찰 수사에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연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참고인이라 하더라도 사건과 관련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수사방향에 따라 자유로운 진술이 불가능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24조(참고인의 진술)를 보면, 사법경찰관리는 진술을 들을 때 참고인 진술의 임의성을 보장하고, 조금이라도 진술을 강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또 ‘인권보호수사규칙’ 제5조(공정한 수사)는 참고인을 조사할 때에는 폭언, 강압적이거나 모멸감을 주거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한겨레>는 선수들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듣기 위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주경찰서 형사과 유아무개 팀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유씨의 휴대전화는 현재 꺼져있다.
한편 박완수 의원은 “경찰이 피해자 및 참고인 등의 진술을 누락하거나 임의로 왜곡한 사실이 있는지 경찰 조사 내용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차원에서도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