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 고 최숙현 선수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대구/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 폭행 의혹을 받는 트라이애슬론 경주시청팀 감독과 ‘팀 닥터’를 가장한 트레이너 등이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 최 선수 외에 또 다른 피해자들이 나오면서 추가 고소도 잇따를 전망이다.
과거 트라이애슬론 선수였던 ㄱ씨는 “몇해 전 경주시청팀과 함께 훈련할 때 경주시청팀 감독과 고참 선수에게 폭언·폭행을 당했다”고 3일 <한겨레>에 알려왔다.
ㄱ씨는 “감독이 (폭언·폭행을) 시작하면, 트레이너, 고참 선수 순으로 폭력이 이어졌다”며 “감독은 고참 선수를 때리지 않았다. 언제나 맞는 건 아랫사람들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이때의 충격으로 운동을 그만뒀다”는 ㄱ씨는 “주변 동료 중에도 상습적 폭력에 못 이겨 운동을 그만둔 경우가 여럿 있다”고도 했다.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얘기다.
최숙현의 모교인 경북체고 후배 ㄴ씨도 경주시청팀 감독에게 “폭언을 들었다”고 추가로 증언했다. ㄴ씨는 “고등학생이던 2018년 경북도민체전에서 경주시청팀 감독을 만났는데 다짜고짜 ‘살이 쪘네. 돼지×이 다 됐네. 내 말 듣지 그랬어, 미친×’이라며 욕설을 했다”고 회상했다.
다른 팀 선수를 폭행하는 장면도 목격했다. ㄴ씨는 “2017년 경북 문경에서 열린 팀 간 합동 훈련 때 경주시청 감독이 다른 팀 남자 선수 배를 발로 차 물에 빠뜨렸다”며 “올라오면 다시 물에 빠뜨리기를 반복한 뒤 뺨까지 때렸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또 “여러 명의 선배가 감독에게 맞는 장면을 수차례 봤다”며 폭행이 여러 차례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가해자들이 자신을 “따돌렸다”는 고인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언도 나왔다. 경주시청팀 감독이 최씨의 친구 관계를 끝없이 감시했고, 때에 따라 주변인에게 전화·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차단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실제 감독의 요구를 받은 최 선수의 지인은 “결국 (에스엔에스를) 차단하고 연락도 안 하고 지냈다”고 말했다. ‘집단 따돌림’ 과정을 거치며 고인은 더욱 고립무원의 상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에 대한 폭행이 팀을 넘나들며 무차별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선수들은 선수 생명을 감독 한 명이 좌지우지하는 체육계의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북체육회 트라이애슬론팀에서 뛰었던 한 선수는 “(경주시청팀 감독이) 10년 넘게 감독을 독식했다. 감독이 선수의 입단 여부에 관한 결정권을 쥐고 사실상 왕처럼 군림했다”며 “선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폭력을 참을 수밖에 없다. 맞지 않은 선수를 찾는 게 빠를지도 모른다”고 씁쓸해했다.
한편, 최숙현 선수가 숨지기 하루 전 고인의 가족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제기한 사실도 확인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날 “지난달 25일 최 선수 사건과 관련돼 진정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진정을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에 배당해 대구지방검찰청 수사와 별개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준희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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