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을 논문 초록 등에 제3저자로 올려준 교수가 “조씨(조 전 장관 딸)가 논문 초록에 기여한 건 없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22일 열린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김아무개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교수는 조 전 장관의 딸 조아무개씨가 고등학교 시절 제3저자로 이름을 올렸던 논문 초록의 지도교수다. 검찰은 김 교수가 2009년 대학 동창인 정 교수의 부탁을 받고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원생의 논문 초록과 학회 포스터(연구 결과를 축약해 공개하는 발표문)에 조씨의 이름을 올려줬다고 봤다. 김 교수는 조씨가 공주대 대학원 연구실에서 인턴을 했다는 취지의 체험활동확인서를 내주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날 법정에서 “성실하게 인턴을 하면 학회에 논문 발표자로 같이 넣어주겠다고 조씨에게 말한 것 같다”며 “그래서 공동 발표자로 넣어주고 대신에 허드렛일을 돕게 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 교수는 조씨가 연구실에서 했다는 ‘홍조식물 배양’ 등의 활동에 대해서는 “그냥 허드렛일을 한 정도”라며 “고등학생이 무슨 연구를 한 건 없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2009년 8월 일본에서 열린 관련 학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일본 학회 등록을 마칠 때쯤 정 교수에게 연락해 ‘학회에 가려면 연구원들과의 사회적 관계도 있으니 조씨가 몇 차례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느닷없이 오면 학생들 앞에서 면도 안 서니까 (조씨가) 와서 활동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 교수는 “좋은 뜻으로, 어린 학생에게 국제 학회에 가서 공부할 기회를 주는 건 제가 꿈꿔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대학 입시 등에 활용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논문 1저자 최아무개씨는 “2009년 8월 열린 일본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같은 해 4월 사전에 제출한 논문 초록에 조씨를 제3저자로 올리기 전까지 조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또 검찰 조사에서 조씨의 논문 초록 기여도가 1~5%라고 진술한 취지에 대해 “조씨는 홍조식물을 배양하는 과정의 일부인 ‘물갈이’를 해줬다. ‘물갈이’는 조류가 썩지 않게 짧게는 이삼일에 한 차례씩 새 물에 옮기는 작업인데, 생각보다 개수가 많아 기여도가 1~5%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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