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노동자의 밥상] ⑦농촌 이주노동자들 “아파도 일…고향반찬 먹고 힘내”
하루 12시간, 끝없는 밭일, 비닐하우스 80동 관리
월 25만원씩 떼는 비닐하우스 ‘냉골 컨테이너’가 숙소
난방커녕 온수도 안 나와…‘뜨라이뚜어’와 고향식 카레 특식
소박한 만찬 준비하는 와중에도 주방 수도는 자꾸만 끊겨
하루 12시간, 끝없는 밭일, 비닐하우스 80동 관리
월 25만원씩 떼는 비닐하우스 ‘냉골 컨테이너’가 숙소
난방커녕 온수도 안 나와…‘뜨라이뚜어’와 고향식 카레 특식
소박한 만찬 준비하는 와중에도 주방 수도는 자꾸만 끊겨
경기도 외곽의 채소농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의 밥상. 캄보디아인들이 자주 먹는 차크다오(닭고기 카레볶음), 뜨라이뚜어(말린 생선)를 반찬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새벽 6시부터 12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고된 노동 탓에,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세끼를 챙겨 먹을 시간도, 여력도 없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달 12일 경기도 외곽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프까와 동료들이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캄보디아인들이 자주 먹는 차크다오(닭고기 카레볶음)와 뜨라이뚜어(말린 생선), 그리고 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새벽 6시부터 12시간 농사짓지만… 지난달 12일 저녁 경기도 외곽의 한 비닐하우스를 찾았을 때 프까를 포함한 캄보디아인 8명은 웅크리고 앉아 상추를 따고 있었다. 약속한 듯 수건 두른 모자에 흙 묻은 패딩,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었다. 한채당 가로 10m, 세로 100~150m 크기의 비닐하우스 80동이 8명의 일터다. 1명이 10동씩 관리해야 한다. 이곳에선 여름에 오이를 재배하고 겨울엔 상추나 시금치를 재배한다. 비닐하우스 60동을 가진 농장주가 1년에 20억원가량 번다고 알려져 있다.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 이후까지 허리 한번 펼 새 없이 일하는 농업 이주노동자들이 생산하는 이익이다. 그런데도 농업 이주노동자의 삶은 사실상 ‘사노비’에 가깝다. 이주노동자들은 입국할 때 제조업과 농업으로 나뉘는데, 한국어 점수가 낮으면 농업, 높으면 제조업으로 직행한다.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농장주가 부르면 주말에도 나와야 한다. 농한기에 일이 일찍 끝날 때는 갑자기 비닐하우스 한파 방지 등과 같은 추가 노동도 시킨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부당한 지시를 거스를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의 비전문취업비자는 기본 3년 체류에 1년10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한국에 한번 더 오려면 특별한국어시험을 친 뒤 ‘성실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성실근로자는 사업장 변경 없이 한 사업장에서 근무해온 노동자에 한해 뽑는다. 사업주의 평가는 이주노동자가 한국으로 재이주할 때 절대적인 기준이다. 프까의 동료들은 월급 170만원을 받는다. 농장주는 급여에서 매달 ‘기숙사’비 25만원을 공제한다. 지난해 7월부터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분류되면서 매달 건강보험료도 11만2850원씩 빠져나간다. 지난해 주 40시간 일한 한국인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월 174만5천원. 프까와 동료들은 하루 11~12시간 일하는데다 주 6일 이상 노동하니 최저임금을 훨씬 웃돌아야 하지만, 현실은 법의 예외 상태에 놓여 있다. 한국어 점수가 낮아서일까.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농축산업 노동자에 대해선 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에 관해 예외 조항을 둔다. 이주노동자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김달성 목사는 “우리 밥상에 올라가는 모든 채소는 이주노동자 손에서 나온다. 일요일만 되면 경기도 농촌 지역에는 이주노동자만 보인다고 할 정도”라며 “대부분 20~30대 한창 젊고 창창할 나이에 여기 와서 일하다가 배터리 갈듯 5년 안 쓰고 교체된다”고 말했다. 프까와 같은 농업 이주노동자는 법무부 기준 2만8천여명(2018년)이다. _________
얼음장 같은 15평 샌드위치 패널 숙소 15평(49.6㎡) 남짓한 크기의 기숙사는 비닐하우스 안에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컨테이너다. 프까를 비롯한 여성 5명, 남성 3명이 이곳에서 지낸다. 5평짜리 원룸 세개를 이어놓은 구조로 2~3명씩 방을 나눠 쓴다. 화재에 취약한 건 물론이거니와, 언제든 비닐하우스로 출동할 수 있게 농장 끝에 붙어 있는 탓에 이들은 논밭과 한 몸처럼 산다. 참나물, 시금치, 상추, 근대 상자 수백개, 그리고 목장갑이 산처럼 입구 양쪽에 쌓여 있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프까가 손잡이도 없는 프라이팬을 붙잡고 차크다오(닭고기 카레볶음)를 요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기도 외곽의 한 외국인음식 상가. 이곳에는 소규모 공장과 농장에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어 외국음식 상가들이 많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그래도 미래를 위해 나무를 심는다 고봉밥은 20분 만에 비워졌다. 잠깐의 식사 시간 동안 고향의 가족들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남편과 사별하고 한국에 온 프까는 캄보디아의 부모와 동생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프까는 한국에서 번 돈으로 땅을 사서 열대과일 나무들을 심는다. 프까가 한국에서 남의 땅을 돌보는 사이, 가족들은 프까의 땅을 돌본다. 4년 전 한국에 온 썸낭도 몸살로 앓아누울 때마다 고향의 아이와 부모를 떠올리며 버틴다. 다른 농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여성과 2년 전 결혼했다. 8개월 된 아이는 캄보디아의 부모가 돌보고 있다. “아이가 보고 싶어요. 하지만 우리 미래 위해 계속 한국에서 돈 많이 벌고 싶어요.” 컨테이너 방의 냉기로 잔뜩 몸을 웅크린 썸낭이지만, 아이 이름을 부르는 그의 얼굴에 잠시 고향 캄보디아 캄포트의 미풍이 불어오는 듯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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