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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원 “백선하 교수, 외인사→병사로 잘못 기재… 백남기 농민 유족에 위자료 줘야”

등록 2019-11-26 19:02수정 2019-11-27 17:51

“백 교수, 서울대병원과 함께 4500만원 지급해야”

“관련 지침상, ‘병사’ 아닌 ‘외인사’ 기재해야 해
유족, 극심한 정신적 고통 겪은 점 명백해”

백 교수 대리인단 “재판 맘대로 하지 말라”며 소란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한 서울대병원-서울대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언론 브리핑이 2016년 10월 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열려 주치의 백선하 교수가 특위의 입장과 다른 소견을 밝히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한 서울대병원-서울대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언론 브리핑이 2016년 10월 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열려 주치의 백선하 교수가 특위의 입장과 다른 소견을 밝히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15년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로 숨진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병사로 기재한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가 유족에게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백 교수 쪽 대리인단은 “사법 치욕의 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심재남)는 고 백남기 농민의 부인과 자녀 등 유족 4명이 서울대병원과 병원 소속 백선하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병원과 백 교수가 모두 4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백 교수의 주의 의무 위반으로 인해 유족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명백하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백 교수의 손해배상 책임을 명백히 했다. 이번 판결은 2016년 12월 유족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만에 나온 법원 판단이다.

이날 재판은 백 교수 쪽만 분리해 선고가 진행됐다. 앞서 재판부는 백 교수가 서울대병원과 함께 45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유족에 모두 5400만원의 위자료가 지급돼야 한다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백 교수가 이에 불복한 바 있다. 백 교수는 “고인의 사망이 정치화돼 사실이 왜곡됐다.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 할 시점이다. 의사로서 지식과 양심에 기초해 개진한 의견에 함부로 불법행위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변론을 재개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선고 기일을 지정했다. 서울대병원은 재판부 결정을 받아들여 화해 권고 결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백 교수가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종류를 잘못 기재했다고 재확인했다. 사건의 경과, 의료 기록, 관련 규정(의료법 시행규칙·대한의사협회 지침), 2017년 서울대병원 의료윤리위원회 결정 등을 모두 종합해봤을 때 “고인은 물대포를 맞아 넘어지면서 도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두개골 골절, 경막하 출혈 등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한번도 회복하지 못한 채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 사인의 종류는 외인사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백 교수)가 사망원인의 종류를 병사로 기재하게 한 행위는 의사에 부여된 합리적 재량을 벗어난 것으로 사망진단서 작성 시 의사에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한 사망진단서 논란으로 고 백남기 농민을 둘러싼 부검 논란이 촉발된 점, 2016년 10월 백 교수가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이 원치 않아 적극 치료를 하지 못해 고인이 숨졌다’는 취지로 발언한 점, 이로 인해 유족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고발까지 당한 점을 차례로 짚으면서 “백 교수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유족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해 정신적 손해를 금전적으로나마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에 나온 대리인단은 ‘재판부가 변론재개 신청이나 의학적으로 중요한 증거도 받아주지 않은 채 선고를 강행한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재판부는 “소송이 제기된 뒤 3년이 흘렀다. 오랜 시간 심리해 화해 권고를 결정한 상태에서 재판을 재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백 교수 쪽 차기환·정진경 변호사는 재판 진행에 관한 의견을 밝히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재판부는 “선고 기일은 변론할 시간이 아니”라며 이를 제지하고 선고를 진행했지만, 대리인단이 목소리를 높이자 퇴정을 명령하기도 했다. 대리인단은 선고가 끝나자 “재판 마음대로 하는 것 아니다”, “재판장님 명예에 한 평생 쫓아다닐 거다” 소리치며 법정을 나왔다. 이들은 취재진 앞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면서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은 물대포로 인한 게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백 교수쪽 대리인단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유족 쪽을 대리하는 오민애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3년 동안 재판이 진행됐다. 의료기록을 비롯한 관련 전문자료들은 이미 다 제출됐다.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피고쪽에서 제출하면 되는데 이제와서 재판부가 안 받아준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물대포와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은 물대포를 직사 살수한 경찰의 형사 재판에서 이미 배척된 바 있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백남기 농민은 경찰이 직사 살수한 물대포에 맞아 쓰려졌고 의식불명 상태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있다가 이듬해 9월 숨졌다. 수술을 집도한 백 교수는 고인의 사인이 ‘외인사’인데도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적었다. 사망 종류와 부검 영장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진상 조사가 시작됐다.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특별조사위원회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등은 백씨 사망 종류를 ‘외인사’로 결론 내렸다. 2017년 6월 서울대병원 의료윤리위원회는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경과(두부외상→급성경막하혈종→패혈증→급성신부전→사망)를 확인하면서 사망진단서의 사망 종류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 그러나 백 교수는 합동특별조사위원회, 국정감사 등에 나와 지속해서 ‘병사’를 고집해왔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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