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제일모직 주식 1주의 가치가 삼성물산 주식 3주와 같다는 합병비율(1 대 0.35)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가치평가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적정 합병비율은 1 대 0.7~1 대 1.18로 바뀔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제일모직의 가치가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삼성이 합병을 앞두고 삼성물산 사업실적을 고의로 축소하고, 주식을 내다 팔아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의혹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참여연대는 27일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 합병비율 재추정’ 보고서를 통해 “제일모직 가치를 부당하게 부풀린 요인들을 보정하면, 적정 합병비율은 최대 1 대 1.18로 국민연금 자문기관인 국제 의결권자문사 ISS가 2015년 제시했던 합병비율(1 대 1.21)에 근접하게 된다”는 추정치를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이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얻은 부당이익 규모는 2조~3조6천억원, 반대로 국민연금의 손해는 3300억~6천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김경율)는 <한겨레>가 지난 23일 보도한 삼성물산(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과 제일모직(삼정KPMG) 평가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적정 합병비율을 다시 계산했다.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합병 찬성을 얻어내기 위해 자사 및 상대회사 가치를 평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당시 국민연금 등 주주들은 두 대형 회계법인이 작성한 평가보고서를 근거로 실제 합병비율(1 대 0.35)에 찬성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최근 구체적 내용이 공개된 평가보고서를 다시 검토한 뒤 △급조된 제일모직 ‘유령사업’(3조원) △삼성바이오 콜옵션 부채 누락 등(3조여원) △비업무용으로 평가된 삼성에버랜드 업무용 유휴토지 평가(1.9조원) 등을 통해 제일모직 가치가 8조원 이상 부풀려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익 규모 등에서 제일모직을 훨씬 능가한 삼성물산 영업가치는 제일모직보다 낮게 평가되는 등 부당하게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를 반영해 두 회사의 가치를 다시 계산하면 적정 합병비율은 최대 1 대 1.18로 바뀐다고 주장했다. 이는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기준선이었던 1 대 0.5를 크게 웃돈다. 합병비율이 제대로 정해졌다면 합병안이 통과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2015년 찬성률 69.53%로 합병안이 통과(기준 66.6%)됐는데,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식 11.2%를 갖고 있었다.
참여연대는 “최대한 유리한 합병비율을 관철해야 할 삼성물산과 안진은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는커녕 오히려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제시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삼성물산 경영진과 이재용 부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추궁과 범죄수익 몰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현준 임재우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