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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총칼로 죽기 전에 모조리 갇혀 죽을판

등록 2019-04-29 08:10수정 2019-04-29 08:14

군소리ㅣ서대문형무소 수용인원 6배 3천명 수감
하루종일 서 있고 교대로 쪽잠에 배급·용변 참혹
조선인 수감자들 감옥 안에서도 만세시위 이어가
1908년 개소 당시 500명 수용 규모였던 서대문형무소에는 3·1운동 당시 3천여명이 수감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1908년 개소 당시 500명 수용 규모였던 서대문형무소에는 3·1운동 당시 3천여명이 수감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편집자 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달포가 넘도록 만세시위가 가열하게 이어지면서 무차별 피체(검거)된 조선인들로 서대문형무소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1평 기준으로 8~9명이 수감되면서 교대로 잠을 자고 배식량 부족과 변소통이 넘치는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수감자들 사이에서 “총칼로 무자비하게 죽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잡아 가둬서 죽이려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오호통재라, 강도가 주인을 가둔 형국이로다.

조선총독부와 일본 정부의 발표를 근거로 추산해보면, 만세운동과 관련한 서대문형무소 수감자는 대략 3천명에 이른다. 1908년 개소 당시 500명 수용 규모임을 고려하면 6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독립선언서의 첫번째 서명자인 손병희 선생을 비롯하여 한용운, 최린 등 민족대표들도 그 안에 갇혀 있다.

초과밀수용에 따른 수감자들의 가혹한 처지는 이루 말할 수조차 없는 지경이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수용인원 탓에 수감자들은 감방 안에서 앉을 자리조차 없다고 한다. 수십명씩 열을 이뤄 좁디좁은 감방 안을 돌고 돌면서 생활한다. 가만히 서 있으면 다리에 마비가 오기 때문이다. 잠은 순번을 정해 쪽잠으로 겨우 해결하는 수준이다. 배식과 용변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정치범으로 분류된 이들에게는 배식량을 더 줄여 수감자들은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 폭증하는 인원 때문에 변기통이 넘치는 등 고통이 더 가중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대문형무소 측은 수감자들의 탈주나 폭동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키하라 다쿠로 형무소장은 “만약 3천여명의 죄수가 한꺼번에 밀고 나오면 아직 치안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경성시는 어떻게 될까 밤낮으로 걱정된다”며 “(마치) 파옥이 오늘내일로 박두한 것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하였다. 형무소에는 임오군란 때 군대에서 쫓겨난 전직 군인 출신 간수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이 동포 수감자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조선인들은 감옥에서조차 만세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형무소 관계자는 “교회나 공장에도 철망을 둘러서 감방으로 대용하는 궁책을 취했지만, 흥분한 수감자가 방안에서 큰 소리로 독립 연설을 하면 (다른 수감자들이) 박수로 공명해 그 혼잡이 도저히 비유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하였다. 몸은 가둘 수 있지만 독립을 향한 ‘단심’은 가둘 수 없다는 걸 총독부만 모른다.

【마포 오첨지】

박경목, ‘3·1운동 관련 서대문형무소 수감자 현황과 특징’, <인문과학연구 26집>(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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