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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한겨레] 독립투사 몰려드는 상해…임시정부 거점되나

등록 2019-03-18 07:12수정 2019-03-18 08:27

가정부 소식 l 경술년 국망 이후 지속된 독립운동 중심기관 설립 주장
거족적 만세운동과 동시에 ‘대동단결선언’ 실현되나
동포 밀집한 로서아서 첫발…운동가들 상해로 몰려들어 독립 군불때기
안창호 등 미주 동포들, 의연금 지원 예정

<편집자 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이듬해인 1920년 신년축하회 당시 임시정부 요인들의 모습. 독립기념관 제공.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이듬해인 1920년 신년축하회 당시 임시정부 요인들의 모습. 독립기념관 제공.

【1919년 3월17일 경성/엄지원 기자】

“가(假)정부 조직설. 일간 국민대회를 열고 가정부를 조직하며 가대통령을 선거한다더라. 안심안심.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있으리라.”(<조선독립신문> 기미년 3월3일치) 만세운동과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오른 ‘가정부(임시정부) 조직설’이 실체화되고 있다. 앞서 3일 암암리에 배포된 천도교의 지하신문 <조선독립신문>은 ‘가까운 시일 내에 가정부가 조직될 것’이라고 운을 떼었다. 과연 각처에서 이를 위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정사년(1917) 박은식(60) 선생, 신규식(40)·신채호(39)씨 등 상해 망명객들을 중심으로 전세계 독립운동가들에게 발송됐던 ‘대동단결선언’이 거족적 만세운동을 만나 뒤늦게 현실화되려는 모양이다.

가장 먼저 가정부의 꼴을 갖춘 세력은 역시 쟁쟁한 실력가들이 밀집한데다 20만 조선인이 거주하는 로서아(러시아) 지역이다. 노령의 조선인 사회를 총괄하는 전로한족중앙총회는 이미 지난달 조선이 독립하게 될 날에 대비하기 위해 임시국민의회 구실을 할 대한국민의회(의장 문창범)를 조직하고 이를 17일 선포하였다.

허나 가정부 조직은 특정 지역 독립운동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주권을 포기한 융희황제(순종)를 부인하고 국민을 대변하는 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발상은 경술년(1910) 국망 이후 면면히 이어져온 것이다. “황제권 소멸의 때가 곧 민권 발생의 때”라고 밝힌 상해 세력의 대동단결선언은 각처에 흩어진 주요 단체들이 단결하여 독립운동의 중심기관을 설립하자는 주장을 집대성한 것이었다. 만세운동이 발발한 뒤 흩어져 있던 혁명 동지들이 상해로 집결하고 있는 것도 ‘대동단결선언’에 대한 응답에 가까울 것이다.

대동단결선언의 중심축인 신규식씨는 만세운동 직전인 2월 미주 하와이의 독립운동 진영에 “국민대회를 개최하자”는 취지의 선언문도 보낸 것으로 확인되었다. 신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모든 곳의 한국인들이 동시에 하나의 목소리로 타인의 초대 없이 단 하나의 사실, 즉 ‘우리는 파리강화회의에 우리 대표단을 파견해서 우리 독립을 호소해야만 한다’고 울부짖고 있다. 이를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해서 강화회의에서 우리 대표로 후원한다면 목적과 결과의 양 측면에서 보다 더 고귀하고 효율적일 것이다.” 신한청년당 김규식(38)씨의 파리강화회의 파견을 계기로 독립운동 단체들을 하나로 묶어내려는 의지가 담긴 말이다.

실제로 최근 상해 보창로의 한 주택가에서는 수시로 독립운동가들이 회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식·신채호씨 등 상해 1세대 운동가들과, 국내에서 기독교계 민족대표들의 특명을 받고 파견된 현순(39)씨, 2월 일본 유학생 독립선언 사건 주동자 중 한 명인 최근우(22)씨 등이 합류한 상태다. 김규식씨를 파리강화회의에 파견시키는 데 성공한 상해 소장파 모임 신한청년당에서는 여운형(33)씨가 노령 지역을 순회하고 귀환 중인 가운데, 여씨의 동생 여운홍(28), 이광수(27), 조동호(27)씨 등이 이 회합에 참석 중이다. 여씨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독립운동 방략을 논의한 이동녕(50)씨 등 노령지역 독립운동가들도 상해로 향하는 중이라고 한다. 현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여운형과 이동녕 등은 독립운동을 끌어갈 중앙기관은 외교활동을 펼쳐야 하므로 국제도시인 상해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노령의 문창범 등은 수십만 동포가 사는 로서아 지역이 적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므로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조선반도의 만세운동 소식을 뒤늦게 접수한 미주지역 대한인국민회(회장 안창호)에서도 13일 중앙총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안창호 회장은 “피를 흘릴 각오를 하며, 미국의 여론을 일으키며 재정 공급에 나서야 한다”고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와이·멕시코·미국 본토의 조선인이 수입의 20분의 1을 독립의연금으로 내어 “금전으로 싸우는 군인”이 되자는 다짐이다. 안창호 회장 역시 의연금을 들고 곧 상해로 향할 예정이다. 국망 9년 만에, 망명 정객들로부터 ‘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향한 발걸음이 비로소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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