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복 등 명의로 중국신문에
‘오호망국한인흥멸지몽’ 기고
일제 악정 고발·독립 주장
일 재중국 공사, 본국에 보고
‘오호망국한인흥멸지몽’ 기고
일제 악정 고발·독립 주장
일 재중국 공사, 본국에 보고
<편집자 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대표적 문무겸전형 인물이었던 여운형 신한청년당 총무.
중국에서 떠돌고 있는 조선 인민들은 삼가 대미국정부 각 대신각하에게 간청한다. 돌이켜보면 조선은 일본에 병탄된 후 거의 절멸할 지경이다. 유럽의 세계대전이 종막을 가했으나 강마(강한 악마)가 여전히 남아 있는 지금, 귀국의 대통령 각하가 민족자결주의를 선언하고 인도를 지키려고 함에 감격에 겨울 따름이다. 이에 조선의 곤구한 상황을 경청하여, (파리) 평화회의에서 이 민족의 원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귀국 정부 만세.
一. 한국은 개국 이래 4천년의 독립국이다.
一. (1910년 일본은) 한국 황제를 강제로 협박하여 통치권을 이양하게 했다. 그때 매국노 이완용 등 수 명 외에는 이에 대해 조금도 아는 자가 없었다. 국가의 운명이 어찌 사적인 거래 대상이 되어, 마치 전당포 증서를 교환하듯 가볍게 처리될 수 있는가. 이것은 실로 국가 행위에 반하는 강도 행위일 따름이다.
一. 병탄 후 일본인이 척식회사를 이식하여 한민은 모두 생업을 잃었으며 노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남북 만주로 이주했다. 눈과 얼음 천지에 굶어죽은 주검이 넘쳐나는 참경을 차마 볼 수 없다. 그것이 망국의 죄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오호 황천이라 한들 이만하리오.
一. 지금 일본은 선정을 베푼다고 하나 다른 민족의 고통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고의로 악정을 행하여 진멸을 꾀하니 어찌된 일인가. 다행히도 황천이 돌보아 유럽의 세계대전이 종말을 고하고 강권은 꺾였으며, 윌슨 대통령 각하가 타고난 인도주의자로서 민족자결주의를 선언했다. 바라건대 우리들의 고통스러운 지경을 평화회의에 제출하여, 2천만 한민족이 자유와 행복을 누리고 국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눈물을 흘리며 기원해 마지않는다.
조선인민대표 선우복, 길천보 등
△참고문헌
강덕상, <여운형 평전 1>(역사비평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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