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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 한겨레] ‘동경 2·8만세’ 일주일 만에 유학생 9명에 실형

등록 2019-02-18 08:21수정 2019-02-18 11:33

내란죄 적용 여의치 않자 출판법 적용하여 주도자 최씨·서춘씨에게 금고 1년
내지 사건임에도 외지(조선) 기준 적용하여 심리는 일사천리
그 밖의 유학생들은 국내에서 운동 일으키려 속속 귀국 중
◆동경 유학생 만세사건을 주도하여 금고 1년형을 언도받은 최팔용씨.
◆동경 유학생 만세사건을 주도하여 금고 1년형을 언도받은 최팔용씨.

[1919년 2월17일 동경/엄지원 기자]

동경 조선기독교청년회관 만세사건을 주도한 최팔용(28)씨 등 조도전(와세다)·경응(게이오)·명치(메이지)대학 유학생들이 15일 동경지방재판소에서 금고 1년형 등의 판결을 언도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 만에 일사천리로 형사사법 절차가 진행된 것인데, 일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의외의 의거에 일본 당국이 적잖이 당황하였음을 짐작해볼 수 있겠다.

동경지방재판소 형사 제2부는 15일 오전 공판을 열어 최씨 등 동경 유학생 만세사건 주동자인 ‘조선청년독립단’ 소속 9명에게 출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여 금고 7월15일~1년형을 언도하였다. 8일 발표된 조선독립선언서에 연명한 독립단 청년지사 11명 가운데 사건 당시 동경 밖에 있었던 이광수·최근우 두 사람을 제외한 전원에게 실형을 언도한 것이다. 각 유학생이 언도받은 판결 내용은 이하와 같다. 최팔용·서춘 금고 1년, 김도연·김철수·백관수·윤창석 금고 9개월, 송계백·김상덕·이종근 금고 7월15일. 애초 일본 검사는 이들에게 최소한 7년 이상의 중형이 적용되는 내란죄를 적용하려 하였으나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하여 감행하지 못하였다.

나라를 잃은 유학생들이 독립을 선언하고 유인물을 돌렸다고 하여 실형을 언도한 재판장도 그러하거니와, 금번 재판에서 일본 사법당국은 식민지 민중에 대한 이중잣대를 국제사회에 명명백백히 드러내었다. 사건을 공판에 회부하는 것이 합당한지 여부를 미리 조사하는 예심 절차는 ‘조선형사령’에 따라 ‘외지’(조선반도)에서는 무시되지만 그들 ‘내지’(일본)에서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하여 필수인데, 금번 조선 유학생들의 예심 절차는 간편히 생략되었다. 내지에서 일어난 사건이니 내지식 사법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타당한 원칙인데도 유학생들에게 외지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유학생들의 공판은 방청 또한 허락되지 않았다. 유학생 만세사건의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려는 꿍꿍이로 보인다.

고향도 아닌 일본의 감옥에서 고초를 당하는 학생들을 걱정하는 가족들의 심정은 오죽하랴. 유학생학우회 회장을 지내고 현재는 조선기독교청년회(YMCA)에서 활동 중인 백남훈(34)씨가 가족들을 대신하여 침구와 사식을 넣고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느라 홀로 백방으로 뛰고 있는 형편이다. 백씨는 “청년회 이사 가운데 법학박사인 일본인 한 사람이 있어 다소나마 힘이 되어줄까 해서 방문하였더니 면회조차 사절이라 하더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였다.

향후 공소심(항소심)과 상고심 과정에선 백남훈의 노력으로 양심적 법률가인 후세 다쓰지 변호사가 참여하여 적극 변론에 나서게 된다.

한편 동경감옥 바깥의 유학생들은 조선청년독립단 선배들의 뜻을 이어가려 분투 중이다. 이들은 12일 일비곡(히비야)공원에서 유학생대회를 열고자 하였으나 그 결과 13명이 검속되었고, 17일엔 조선총독부가 관할하는 기숙사에서 사생 50여명이 동맹퇴사를 감행하였다. 그러나 동경에서는 유학생에 대한 관헌의 감시가 심하여졌을 뿐 아니라, 조선에서 운동을 일으킬 때라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거개의 유학생들은 조선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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