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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 한겨레] 잇딴 화재에 도깨비불 소문… 흉흉한 민심

등록 2019-02-08 15:25수정 2019-02-08 21:37

군소리ㅣ이화동에서 이름 모를 화재 발생
상사병 걸려 죽은 총각의 원귀라는 소문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도 시중 유행

<편집자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 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이화동의 잇따른 화재가 도깨비불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이화동의 잇따른 화재가 도깨비불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요사이 경성 이화동 등지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여 동리 사람들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경계를 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호사가들은 도깨비불이 나타났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고종(광무황제)이 급서한 덕수궁과 멀지 않은 곳이라 가뜩이나 흉흉한 민심이 더 술렁이고 있다.

일전에 처음으로 이화동 31번지 신장석씨 집에서 난데없는 불이 난 것을 집안사람이 발견하고 곧 진화하였으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원인을 알 수 없다더라. 그 이튿날 밤에도 시퍼런 불이 줄에 달린 것처럼 연이어 날아와 그 이웃집에 불이 났고 연속하여 여섯 집이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한다. 그날 이후 그 요상한 불이 주야를 막론하고 발화되는 까닭에 도깨비불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그 동리 사람이 전하는 미신의 말을 들은즉 지금으로부터 다섯해 전에 동리 어떤 총각이 어떤 처녀의 자태를 보고 연모하다가 상사병에 걸려 말라 죽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총각의 원귀가 도깨비불이 되어서 그같이 장난한다고 말하고 있다.

동리가 무사하려면 굿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사람들이 돈을 걷어 굿을 하려 경찰서에 청원하였으나 허가가 나지 않았는지 동리 사람들은 자기 집에 도깨비불이 올까 봐 겁이 나서 아주 죽을 지경으로 지내는 중이라더라. 최근 시중에는 조선시대부터 민간에 몰래 전해져오는 국가 존망 예언서 <정감록>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정도령이 나타나 새로운 나라를 세울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는데 식민지 백성의 불만이 만든 허깨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마포 오첨지]

△참고문헌

권보드래, <1910년대, 풍문의 시대를 읽다>(동국대출판부·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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