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행정제재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과 관련해 검찰은 ‘신경 쓰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행정소송은 행정소송이고 수사는 수사”라며 “수사내용이 반영된 상태에서 진행된 것도 아니어서 소송 자체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삼성바이오를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에 배당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지난달 삼성바이오 본사와 관련 회계법인 등을 압수수색했다. 제한된 인력으로 압수물 분석 및 참고인 조사에 집중하고 있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인력 대부분이 현재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 수사에 투입돼 수사 속도는 더디다고 한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처리 문제가 정리되면 특수부 검사들을 대거 투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사력을 대폭 보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가 본격화되면 그 속도는 상당히 빠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지검장을 비롯해 한동훈 3차장, 양석조 특수3부장, 김창진 특수4부장 등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의 상당수가 이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들은 모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부풀려진 정황을 포착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2016∼17년)된 바 있다. 한 차장의 경우엔 2016년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회계 사건을 맡았고, 당시 “분식회계라는 말이 이 범죄의 특성을 잘 담지 못한다”며 “대신 ‘회계사기’라는 말을 쓰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삼성’과 ‘분식회계’ 양쪽으로 충분한 ‘예습’을 마친 셈이다.
향후 검찰 수사는 증선위가 고발한 2014~15년(회계연도 기준) ‘회계 뻥튀기’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규명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검찰은 삼성바이오 가치 부풀리기가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이 합병할 당시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높이는 데 활용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는 제일모직(46.79%)이었고, 이재용 부회장(23.23%)이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최대 수혜자는 이 부회장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번 검찰 수사가 이 부회장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참여연대 쪽은 “증선위 결정에 대한 판단은 (이번 가처분이 아닌) 본안 소송에서 다뤄질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근 변호사(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도 이날 법원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해 “본안 판단을 전제한 것이 아니다”며 “단순히 회계 변경으로 혼란을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삼성 손을 들어줬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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