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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 한겨레] 찰흙 끓여 먹고 자식 버리고…물가고에 처참한 조선인들

등록 2019-01-02 07:13수정 2019-01-02 16:14

일제하 쌀값 앙등, 참으로 참담하다

<편집자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숨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1919년 1월2일 경성/오승훈 기자]

2년 새 쌀값이 3배나 앙등하면서 농민과 영세민들의 생활에 일대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 풀뿌리, 나무껍질은 예삿일이고 찰흙을 끓여 먹거나 굶어 죽어가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어린아이를 내다 버리는 일도 일어난다. 정사년(1917)과 무오년(1918),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 아래 조선인들이 겪은 참담한 현실을 고발한다.

정사년 6월, 전남 무안군 비금면 도초도 주민 사십여명은 찰흙을 떡가루같이 만들어 물에 넣었다가 가라앉은 것에 기장과 조 가루를 섞어 쪄서 먹거나 그 물을 끓여서 죽처럼 먹느라 야단이었다. 강원도 울진·평해·홍천·정선 등지에서는 익지도 않은 보리를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마시고 그중에는 나무껍질로 연명하는 자가 많아 영양불량으로 노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전라북도 동부 산기슭 주민들은 보리가 떨어져 기아를 면치 못하다가 산에 있는 대나무 열매를 따 죽을 쑤어 먹고 겨우 지냈다.

동년 8월에는 전라남도 광주에서 아사한 주검 4구가 시장에 널려 있어 면장에게 인도하는 일도 벌어졌다. 생활난으로 음독하거나 우물에 빠져 자살했다는 등의 기사들이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도 빈번하게 실리고 있다. 심지어 9월에는 걸식에 지친 여인이 자기 아이를 땅에 파묻다가 발각된 믿기 어려운 참극도 일어났다. “요사이 생활 곤란으로 인하여 그리한지 경성시내에 내어 버리는 아이도 많다”는 세간의 이야기는 조선 민중의 참혹한 현실을 짐작게 한다.

참상을 전하는 그 많은 기사에 일본인들과 관련된 얘기는 찾기 어려우니 생활고는 조선인들만의 몫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조선과 일본은 하나라는 ‘일선융화’를 주장하는 자들은 친일파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모두 일본이 우리 강산을 빼앗은 데 따른 필연적인 재난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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