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학수사관들이 18일 오후 강원 강릉시 저동 현장감식을 위해 ㅇ펜션 201호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강릉/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수능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3명이 숨진 ‘강릉 펜션 사고’의 원인으로 일산화탄소 중독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휴가철 숙박시설로 선호도가 높은 펜션은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의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의 기체로 사람의 폐로 들어가면 혈액 중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 공급을 가로막아 심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다.
1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고가 난 펜션은 농어촌정비법이 규정한 ‘농어촌민박업’으로 분류돼 농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규제를 받는다. 이 펜션은 지난 7월24일 강원 강릉시에 농어촌민박업으로 신고 등록됐다. 하지만 농어촌민박업은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의무가 없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농어촌민박은 아무래도 (사업자 본인의) 주택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숙박업과 비교해도 시설 기준 등의 규제가 완화된 편”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농어촌민박업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시행규칙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펜션과 달리 야영장은 2015년 3월 강화도 글램핑장 화재 사고를 계기로 같은 해 8월 ‘등록제’가 도입된 뒤 안전·위생 기준이 꾸준히 강화돼왔다. 문체부는 지난 9월 야영장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해 개정을 진행 중이다. 지난 17일 국무조정실의 규제심사가 끝난 새 시행규칙은 법체처의 심사를 거쳐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고3 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 불명 등 중태에 빠진 사고가 발생한 강원 강릉시 ㅇ펜션 방에 연결된 가스보일러. 보일러와 배기통이 어긋나 있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그러나 펜션 가운데 관광진흥법의 적용을 받는 ‘관광펜션업’ 역시 일산화탄소 경보기 의무 설치 대상에선 빠졌다. 전국 400여곳에 이르는 ‘관광펜션’은 농어촌민박업이나 일반 숙박업으로 등록한 시설 가운데 바비큐장이나 외국인 대상 안내문 등 자격조건을 갖춘 시설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야영장은 이용자들이 텐트 안에서 불을 피우는 등 최근 몇년간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돼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시행규칙을 마련하게 됐다”며 “관광펜션이 새 시행규칙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대부분의 펜션은 경보기 의무 설치 대상에서 빠진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펜션이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의무 대상에서 빠진 건 야영장 일산화탄소 유출 사고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던 탓”이라며 “고시원 등에 적용되는 다중이용업소법 시행령에도 ‘가스누설경보기 설치’에 대한 내용만 나와 있는데, 이 때문에 대부분 가연성가스 경보기만 설치하고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설치하지 않은 곳이 많을 것이다. 경보기 설치와 관련해 시행령 등에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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