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한 펜션에서 사고가 나 수능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고교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강릉 펜션 사고’는 무자격자의 허술한 보일러 시공과 점검·관리 소홀 등 총체적 부실이 빚은 또하나의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에게 치명상을 입힌 일산화탄소는 부실하게 시공된 배기관이 보일러를 가동할 때 생기는 진동으로 보일러 몸통에서 분리되면서 누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강릉펜션사고 수사본부는 4일 펜션 운영자와 부실한 완성검사를 한 한국가스안전공사 강원영동지사 직원, 무자격 보일러 시공자와 점검을 부실하게 한 가스공급자 등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보일러 시공업체 대표 ㄱ(45)씨와 시공기술자 ㄴ(51)씨 등 2명에 대해서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펜션 발코니를 불법 증축한 펜션 소유주 2명도 건축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자격이 없는 보일러 시공자가 배기관과 배기구 사이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 배기관 아랫부분을 약 10㎝ 정도 잘라 내 배기관의 체결 홈이 잘려나갔고, 이를 보일러 배기구에 집어넣는 과정에서 절단된 면이 배기구 안에 설치돼 연통이 빠지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고무링(O링)을 손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시공자가 보일러 몸통과 배기관을 연결하는 이음매 부분을 법으로 규정된 내열실리콘으로 마감처리를 하지 않아, 보일러 가동 때 발생하는 진동으로 점차 배기관이 몸통에서 어긋난 것으로 경찰은 결론 내렸다. 이와 함께 보일러 가동 때 바깥 공기를 빨아들여 보일러 안으로 공급하는 급기관에서 발견된 달걀 2개 크기의 벌집도 보일러의 불완전 연소를 유발해 배기관 이탈을 가속화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보일러 배기관이 분리된 시기는 특정하지 못했다. 지난 17일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이 사고가 난 펜션 201호 객실을 사용하기에 앞서 같은 달 8일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이곳에 묵었지만 사고가 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고 이전 마지막 손님이 묵은 지난달 8일부터 사고가 난 18일 사이에 배기관이 보일러 몸통에서 완전히 떨어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강릉의 한 펜션에서 사고가 나 수능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사진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보일러의 배기관이 어긋난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한편, 수능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은 지난달 17일 강릉시 저동 한 펜션에 투숙했으며, 이튿날인 18일 오후 1시12분께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가운데 3명이 숨지고 7명이 치명상을 입었다.
다친 학생 7명 가운데 3명은 퇴원했으며, 나머지 4명은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각각 2명씩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강릉아산병원에 있는 학생 1명은 인지 기능에 문제가 없고 식사와 혼자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돼 오는 5일 퇴원할 계획이다. 또 다른 학생도 재활치료를 마치는 대로 빠르면 다음 주께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있는 학생 2명도 모두 의식을 회복하고 일반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명은 보행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1명은 아직 거동이 조금 불편해 휠체어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혹시 모를 후유증을 막기 위해 2주 정도 치료를 더 할 계획이다. 지금 같은 회복세라면 2주 정도 뒤에는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