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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독 오른 손 치유할 미용노조 싸움…“걸리면 청담동 떠야”

등록 2018-12-05 05:00수정 2018-12-05 10:52

[‘청담뷰티공단’ 리포트] ③ 스태프 착취 해결할 세가지 대안
스태프들 ‘실습생’으로 착취해도
정부 근로감독·처벌은 솜방망이
“최저임금 위반 신고자만 쫓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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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화려한 동네 청담동에는 드라마와 케이팝 한류처럼 ‘케이뷰티’ 열풍을 생산하는 ‘청담뷰티공단’이 있다. 이 공단은 최저임금보다 적은 ‘열정페이’를 손에 쥐고 하루 12~18시간 노동하는 ‘스태프’들에 의해 돌아간다. 1970~80년대 구로공단 등에서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던 ‘시다’들의 2018년형이다. <한겨레>는 3회에 걸쳐 이들의 노동 실태와 구조적인 문제, 그리고 대안을 짚어봤다.

‘뷰티유니온1’(beautyunion1)

2015년 3월 페이스북에 등장한 ‘미용노조’의 이름이다. “청년착취 고발 ‘미용노조’ 떴다”는 제목으로 신문에 보도되고, 여러 매체와 인터뷰도 했다. 사무실과 조합원이 있는 노조는 아니었지만, 미용실 스태프들의 제보를 받고 업계의 노동착취를 공론화하려고 애썼다. 1752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호응했다. 하지만 2016년 6월을 끝으로 이 페이지에 더는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는다. 마지막 글의 제목은 ‘열정페이로 잃어버린 우리들의 권리’이다.

‘뷰티유니온1’은 4년차 스태프 성훈(가명·26)이 붙인 이름이다. 3년10개월 전 청담동 미용실에서 막 일을 시작했던 성훈은 밤늦게 퇴근해 홀로 근로기준법을 공부했다. 아무도 잘못된 관행에 맞서려 하지 않는 청담동에서 구색이라도 맞춰 노동조합을 만들고 어떻게든 다른 스태프들의 임금체불 문제 등을 상담하기 위해서였다. 성훈의 싸움이 어쩌다 멈추게 된 걸까?

우선 스태프들의 소속 미용실이 다르다 보니 모이기부터 쉽지 않았다. 언론에 특정 미용실의 착취를 제보하면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보도를 거절당했다. 그가 찾은 대안은 비슷한 시기에 결성된 패션노조와 함께 ‘열정페이’ 문제를 고발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었다. 사회적 관심은 한때였다. 금세 시들해졌다.

“청담동에는 민주노총이 들어와도 안 될걸요? 노조 활동을 하다 걸리면 이 동네에 붙어 있을 방법이 없으니까요. 구조적인 문제가 바뀌지 않으면 달라질 게 없다는 한계를 느꼈어요.”

청담동 미용실을 비롯한 미용업계에서 최저임금법이나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건 스태프들을 ‘노동자’가 아니라 ‘실습생’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스태프들이 디자이너 아래에서 기술을 전수받는 도제식 교육 문화가 걸림돌이다. ‘기술을 가르치고 돈까지 줘야 하느냐’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미용실 스태프는 실습생이 아니라 노동자다. 2007년부터 시행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4대 보험과 퇴직금, 주 15시간 이상 일했을 때 주휴수당 등을 받아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 ‘열정페이’를 근절하려고 발표한 ‘일 경험 수련생(인턴) 가이드라인’에도 “교육프로그램 없이 업무상 필요에 따라 수시로 지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노동력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실습생이 아닌 노동법의 보호 대상인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적혀 있다.

실습생은 연장·야간·휴일 근무를 할 수 없다. 연장·야간·휴일 근무가 일상인 미용실 스태프를 실습생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미용실 스태프들을 인턴(실습생)으로 규정하려면 이들의 노동 결과가 미용실의 이익으로 연결되면 안 된다”며 “스태프가 하는 시술 보조나 샴푸 등은 모두 ‘비용’에 포함되니 스태프는 노동자”라고 짚었다.

이런 지적 때문인지 최근 2~3년 사이 청담동 미용실에선 스태프를 고용할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계약서가 형식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미용실과 맺은 근로계약서에는 하루 2.5시간씩 휴게시간이 주어진다고 되어 있어요. 그런데 점심시간 20~30분을 빼면 종일 서서 일하거든요. 말도 안 되는 거죠. 스태프들이 계약서 쓰기 전에 실장님한테 장난처럼 ‘저희한테 언제 2시간 넘게 휴게시간 주셨어요? 저희가 언제 150만원을 받았죠?’라고 말해요. 그러면 실장님은 ‘먹고살기 힘드니까 그냥 사인해라’라고 하죠.” 2년8개월차 청담동 미용실 ‘층장’ 윤주(가명·24)의 말이다.

성훈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전에 일했던 (청담동) 미용실에서 누군가 고용노동지청에 신고해 미용실이 뒤집힌 적이 있어요. 그 후로 스태프들한테 ‘보여주기식’ 근로계약서를 쓰게 했죠. ‘나는 이 미용실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비를 먼저 공제하고 급여를 받겠다’ 등의 내용에 사인하라는 거예요. 사인 안 하면 승급이 안 될 텐데, 쓰라면 써야지 어쩌겠어요. 그런데 또 그다음 해부터는 (근로계약서를) 썼다가 안 썼다가 해요. 신고한 애는 청담동 뜰 작정을 하고 했겠죠.”

클립아트코리아·장미진 디자이너
클립아트코리아·장미진 디자이너
대안 ① 정부의 근로감독과 확실한 처벌

스태프들은 한국 미용업계를 대표하는 청담동에서라도 정부의 제대로 된 근로감독과 확실한 처벌이 이뤄지는 게 첫번째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껏 정부의 근로감독은 겉치레에 그쳤다. 고용노동부는 해마다 업종을 선정해 ‘기초노동질서 점검’을 한다. 근로감독관이 일부 사업장을 방문해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준수와 관련해 법 위반이 있는지 점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정기 점검은 어이없게도 근로감독관 방문 계획이 미리 공지되기 때문에 미용실들은 사전에 스태프들의 ‘입단속’ 교육을 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니 스태프들의 노동 실태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되레 단속에 대비하는 스트레스만 커진다.

“근로점검을 한다고 하면 고용노동지청에서 ‘며칠 몇 시에 가겠다’고 연락이 와요. 그럼 실장님이 근로감독관한테 ‘우린 근로계약서 다 썼다’, ‘추가 근무는 없다’고 말하라고 스태프들에게 교육하는 거죠.” 성훈의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도 이런 지적을 인정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런 문제 때문에 일부에서는 사업장을 감독할 때 불시에 나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감독만 문제가 아니다. 점검 결과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적발되더라도 사후 조처는 ‘시정 지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지만 형사처벌까지 가는 사례는 드물다.

“고용노동지청에 최저임금 위반을 신고하면, 1~2회 정도는 시정 명령으로 끝나요. 스태프들에게 당연히 줘야 할 돈을 뒤늦게 지급하면 미용실은 처벌을 면하는 거죠. 그런데 신고한 사람은 정체가 들통나 청담에서 일을 못 해요. 그 모습을 보고 신고할 스태프가 있을까요? 지금 제도로는 청담동에서 이길 방법이 없어요.”(성훈)

청담동 대형숍은 스태프가 최소 30~40명이다.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스태프 1명에게 한달에 20만~30만원씩 적게 준다고 치면, 어림잡아 월 1천만원은 아끼게 된다. 미용실이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추가로 신고당해 가장 많은 과태료를 받아도 2천만원 수준이다. 그러니 미용실은 신고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쩌다 과태료를 내고 마는 게 이득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정부가 하루빨리 임금체불이나 근로기준법 위반을 강력히 처벌하는 행정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종진 부소장은 “유럽에서는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벌금 1억원을 부과한다. 한국은 사용자 중심으로 ‘시정 지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노동법을 안 지켜도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시장에 강력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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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② 청년들의 노동 감수성 키우는 교육

전문대를 휴학하고 2년 전 청담동 스태프 일을 시작한 민호(가명·27)는 처음 일했던 미용실에서 임금을 받지 않았다. 민호는 그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2주 동안 제가 한 일이 딱히 없었어요. 청소나 복사를 하고, 커피 타고, 뒷정리만 했죠. 보름 동안 샴푸도 세명 정도밖에 안 시키더라고요. 나머지 시간은 계속 디자이너 선생님 뒤에 서 있기만 했고요. 염색약도 제가 아니라 디자이너 선생님들이 다 타더라고요. 월급 달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민호는 그래서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급여는 안 주셔도 됩니다’라고 말하고 그만뒀어요. 일반 미용실이면 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텐데, 여기는 청담이니까요. 이렇게 나간 친구들이 많았을 거니까요. 안 받는 게 예의겠구나 생각했어요.”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직업교육을 받으며 미용 일을 시작한 뒤 지난해 11월 청담동으로 넘어온 혜원(가명·21)도 민호와 비슷한 생각이다. 혜원은 점심시간 30분을 다 쓰지 않는다. 누가 시켜서 그러는 게 아니다. “저는 밥을 딱 먹고 일어나는 스타일이어서 30분을 다 채운 적이 없어요. 눈치가 보인다기보다는 다 먹었으니 굳이 앉아 있을 필요가 있나 개인적으로 생각해서요. 같이 일하는 선배들이나 스태프들이 ‘왜 벌써 일어나느냐’고 하는데, 저는 그냥 일어나서 올라가요.”

혜원은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미용실은 어차피 최저임금을 주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일자리의 최저임금이 올라 그쪽으로 인력이 유출되면 스태프를 구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혜원은 청담동 경력이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디자이너로서 성공한 미래의 자리에서 사안을 보고 있었다. “저는 할머니도 미용을 하고, 엄마도 미용을 해서 어릴 때부터 많이 봐왔어요. 엄마 때부터 미용에 대해서 많이 들어왔으니까 그런 거 들으면 지금도 충분히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당장은 월급을 더 받으니까 최저임금이 오르면 좋죠. 하지만 임금이 오를수록 (미용실은) 스태프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나중에 (제가) 디자이너 될 때를 생각하면 결국 스태프가 없을 거잖아요. 그렇게 미래까지 생각하면 안 좋다고 생각해요.”

20대 초중반의 청담동 스태프들은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청담동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래서 자신이 받는 대우가 얼마나 부당한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 ‘미용실에서 (기술) 교육을 받으니 최저임금에 미달한 급여를 받을 수도 있지’라고 스스로 ‘열정페이’를 감수하거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으니까 잘못된 일은 생기지 않겠지’라고 대충 넘기고 만다. ‘꿈’을 위해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는 ‘성공 서사’에 포위된 이들에게 노동 인권에 관해 이야기할 언어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훗날 이들이 ‘디자이너 선생님’이 되더라도 미용업계의 잘못된 관행은 다시 대물림될 가능성이 크다. 학교 교육이나 직업교육 체제 안에 노동 인권 교육을 필수 과정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참혹하다. 전국사회교사모임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분석한 결과, 공통교육과정 9년(초1~중3) 동안 학생들이 노동과 관련한 수업을 듣는 시간은 모두 2.2시간에 그쳤다.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서 노동 인권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다. 고1 때까지 전 계열 학생들이 배우는 공통과목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였다. 인문계열 선택과목인 ‘경제’(1.0%), ‘법과 정치’(2.7%), ‘사회·문화’(1.4%) 등도 2% 안팎에 머물렀는데, 이 과목들은 특성화고와 일반고 자연계열 학생에겐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인문계열 내에서도 해당 과목을 선택한 일부 학생만 관련 수업을 듣는다.

영국과 독일 등지에선 노동인권 교육이 필수이거나, 노동조합이 직접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한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노동연수원 ‘청소년 고용노동교육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2017)를 보면, 영국은 2002년 필수 교과로 도입한 ‘시민교육’에서 시민을 ‘노동자’로 규정했고, 영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다수 산별노조가 공동 제작한 교육자료를 교사에게 제공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산별노조가 직접 직업학교에서 노동교육을 한다. 신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장은 “노동 인권 관련 내용이 여러 교과서에 조금씩 분산되어 있어서 사실상 교사가 재량권을 발휘하지 않으면 형식적인 수업으로 끝나기 십상”이라며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모의 노사교섭을 진행하는 독일만큼은 아니더라도 노동삼권과 최저임금 등 기본적인 내용을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중·고등학교 각각 최소 3시간씩 노동교육 시수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태수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도 “직장 내 갑질, 의료계의 ‘태움 문화’ 등이 반복되는 건 사용자보다 열등한 지위에 있는 노동자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권리의식이 노동자들 사이에서조차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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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③ 성장하는 미용산업 노동 실태조사부터

청담동을 비롯한 미용실 스태프들의 노동 실태와 관련한 구체적인 통계나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용업계의 노동착취 문제는 청담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케이(K)뷰티’ 열풍이 커지면서 미용산업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의 서비스업 조사를 보면, 지난 10년 사이 국내 미용업(두발미용업)은 프랜차이즈 미용실 등이 증가하면서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2016년 기준 매출액은 5조477억원으로 10년 전인 2006년(2조9110억원)에 견줘 1.7배 성장했다. 2006년 전국 7만6530곳이었던 사업체 수는 2011년 8만1671곳까지 늘어난 뒤 2016년 9만5822곳으로 10년 사이 1.3배 늘었다. 업체 수가 늘어난 만큼 종사자도 빠르게 증가했다. 2006년 11만7236명이었던 미용업계 종사자는 2016년 15만408명으로 역시 1.3배 늘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미용업은 고용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새로 진입한 청년 취업자 수가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케이뷰티’ 산업이 커지는 만큼 열악한 노동조건에 노출되는 스태프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 실태 통계가 작성된 적은 없다. 2013년 청년유니온이 프랜차이즈 미용실 198곳을 조사해 발표한 ‘미용실 스태프 근로조건 실태조사 보고서’ 정도가 거의 유일한 실태조사 결과다. 김종진 부소장은 “미용업계는 노조가 결성되지 않아 연구자들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기 어려운 업종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2015년 성훈이 만들었던 ‘뷰티유니온1’에 앞서 미용업계의 노조 설립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성훈이 ‘페이스북 노조’를 만들기 14년 전인 2001년에도 미용노조 설립 시도가 있었다. 당시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들어지는 등 인권 이슈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당시 미용사 온라인 카페 등에서 노조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남 창원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정석철(45)씨는 2001년 6월 설립됐던 민주노총 산하 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이하 평등노조) 미용서비스지부의 노조위원장이었다. 정씨는 당시 서울 강남의 한 미용실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평등노조 미용서비스지부는 한때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2001년 6월 정씨 등은 4대 프랜차이즈 미용실(박준·이철·이가자·박승철)을 서울강남고용노동지청에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또 같은 해 11월 서울북부고용노동지청에 당시 대한미용사회중앙회 회장을 최저임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2001년 7월 지부가 서울지역 미용사 113명을 대상으로 벌인 ‘미용서비스 노동자 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9.5%가 ‘하루 11시간 이상 일한다’고 대답했으나 초과노동 수당을 받는 경우는 11.5%에 그쳤다. 그해 최저임금은 42만1490원이었다.

하지만 정씨와 지부의 활동은 2005년께 조용히 막을 내렸다. 조합원들의 참여가 저조한 가운데 이주노동자, 보험설계사 등 미조직 비정규직을 포괄했던 평등노조가 본부 지원 부족 등을 이유로 2000년대 중반 공중분해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노동자였던 스태프들이 시간이 지나면 미용실 오너가 되는 미용업계 구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노동자 처우 개선 문제에 무관심해졌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미용업계는 ‘그때(스태프)는 원래 다 그래. 싫으면 때려치우든가’ 식의 논리가 통용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7년. 화려한 ‘케이뷰티’로 치장한 아이돌과 한류 드라마는 전세계를 누비며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상품’이 됐다. 그러나 ‘가위손’들은 17년 전이나 오늘이나 똑같은 이유로 눈물을 흘리며 ‘청담뷰티공단’의 미싱을 돌리고 있다. <끝>

▶1회와 2회 바로 가기

[‘청담뷰티공단’ 리포트] ① 미용스태프 노동 실태
월급 70만원…스태프 갈아서 세운 ‘청담동 미용 공단’

[‘청담뷰티공단’ 리포트] ② 미용스태프 옥죄는 구조
‘스타 디자이너’ 꿈꾸며…‘청담 버프’에 홀린 청춘

▶디지털 인터랙티브 바로 가기
여기는 스태프 갈아서 돌아가는 ‘청담동 미용 공단’입니다

송채경화 선담은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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