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녹색당, 불꽃페미액션 등 10여 개 단체 회원들과 `20만 청원 시민' 등이 지난 8월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성범죄 산업에 대한 특별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직원 폭행과 교수 집단폭행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양진호(47)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1000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실제 양 회장은 5억원이 넘는 람보르기니와 6억원대의 롤스로이스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 직원 폭행 논란 이후 일각에서는 양 회장이 ‘저작권 없는 불법음란물’ 유통을 통해 부를 쌓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역시 양 회장이 실소유주인 것으로 의심되는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가 불법 영상물 유통의 핵심 경로라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양 회장은 한국인터넷기술원의 지분을 100% 소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이지원인터넷서비스와 선한아이디가 운영하는 웹하드 업체로 한국인터넷기술원이라는 IT회사의 계열사다.
■웹하드에 ‘돈’ 벌어다 주는 헤비업로더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와 같은 웹하드 업체들은 콘텐츠 유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업로더들은 파일을 플랫폼에 올리고 파일의 다운로드 횟수에 따라 돈을 벌고, 웹하드 업체는 수수료를 챙긴다. 영화와 같이 저작권이 있는 영상은 업로더가 상당 부분의 이익을 가져간다. 반면 저작권이 없는 음란물과 성범죄 동영상은 오히려 웹하드 업체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간다. 웹하드 업체들이 불법 영상물의 유통을 묵인하는 이유는 이렇게 더 많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이같은 방법으로 축적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경찰은 ‘헤비 업로더’와 웹하드 업체와의 관계를 ‘공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유사 ‘고용’ 관계로 보고 있다. 사이버 수사에 능한 경찰 관계자는 1일 “헤비 업로더가 불법 영상을 올리는 걸 알지만 아는 척 하지 않는다는 게 이 ‘세계의 불문율’”이라며 “헤비 업로더들은 조금이라도 수익금 배분을 더 해주는 웹하드 업체들에 적극적으로 영상을 공급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압수수색을 통해 불법 영상물과 그 영상을 올린 사람의 아이디(ID)와 아이디 정보를 입수해도 대부분은 거짓 정보”라며 “웹하드 업체들도 상당수 거짓 정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필터링 프로그램 사용은 시늉만
정부는 2011년 ‘웹하드 등록제’를 시행하며 음란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필터링 프로그램 사용을 의무화했다. 문제는 음란물을 걸러주는 이 필터링 업체 역시 웹하드와 짜고 필터링을 우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필터링 업체인 ㈜뮤레카는 양 회장이 실소유주라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뮤레카는 위디스크 뿐 아니라 상당수의 웹하드 업체들이 이용하고 있는 필터링 업체다. 양 회장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음란물이 유통되는 웹하드 업체와 이를 걸러내는 필터링 업체를 한 사람이 소유하고 주무른다는 얘기가 된다.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의 유착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9월 위디스크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뮤레카 사무실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 책상이나 모니터에 붙은 포스트잇까지 떼어갈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업체 간의 유착이 의심되면 계좌 내역이나 통화 내역을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지만, 대체로 이를 통해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며 “카카오톡 대화나 메모장까지 관련 정보를 모두 압수해 사실관계를 파악하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장의업체까지 운영…돈 받고 영상물 삭제
자신의 동영상이 웹하드 등을 통해 유통되는 사실을 알게된 피해자들은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디지털장의업체를 찾는다. 디지털장의업체는 이런 동영상을 전문적으로 지워주는 업체로 3~6개월 단위로 피해자와 계약하며 한 달에 200만~300만원을 요구한다. (▶관련기사: 내 영상이 돌다니…“몰카, 지워도 지워도 끝나지 않는 지옥”)
그런데 불법적인 영상물 삭제를 통해 이익을 얻는 디지털장의업체 역시 웹하드 회사와 관련이 있다. 위디스크 등이 디지털장의업체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웹하드 업체는 ‘헤비 업로더’의 불법행위를 묵인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유착관계에 있는 필터링 업체를 고용 혹은 운영해 법적 의무를 피한다. 이어서 자신들이 유통한 불법 촬영물로 피해자가 생기면 영상물을 전문적으로 지워주는 디지털장의업체를 운영하며, 또 한 번 피해자들을 착취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른바 ‘음란 동영상 카르텔’이다.
지난 8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녹색당·불꽃페미액션 등은 이같은 카르텔을 고발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통령 직속 특별수사단을 구성하고 △촬영자·유포자·유통 플랫폼·소지자 모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을 신설하라는 게 골자다.
경찰은 8월 사이버성폭력 사범 특별단속을 추진해 불법 촬영자와 유포자 2062명을 검거했다. 20개 웹하드 업체를 압수수색해 6개 업체의 대표를 검거했으며 헤비 업로더 136명도 붙잡았다.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을 하고, 국세청에 조세포탈 사실도 통보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22일 “음란물을 웹하드에 올려 돈을 버는 업체와 영상을 삭제시켜주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 필터링 업체 등이 결탁해있다는 ‘웹하드 카르텔’ 의혹도 집중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