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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에겐 힐링이지만 강아지의 외로움은

등록 2018-09-07 19:34수정 2018-09-09 09:57

이정윤 기자.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입니다.
이정윤 기자.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입니다.
[토요판] 남지은의 실전 싱글기

10.나도 반려동물을?

“고모 강아지이~!” 사랑하는 조카가 고양이 같은 눈망울로 쳐다본다. 엄마가 못 키우게 하니 고모한테 에스오에스(SOS)를 친다. “고모가 키우면 매일 놀러 올게요.” 조카를 유인하려면 강아지를 키워야 하나? 사실, 퇴근하고 들어오는 집에 온기가 가득했으면 싶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강아지 영상이 귀엽기도 하던 참이다. 요즘은 싱글들도 많이 키운다는데, 이참에 나도 정 한번 붙여봐?

그래서 애견인이자, 애묘인인 친구를 불러들였다. 1일 애견인 체험을 시작했다. 별무늬가 예쁜 가방에 고이 모셔온 별이는 10살 된 마티즈다. 사람으로 치면 50대 중반이란다. 그래서 그런가 움직임은 적었는데, 오히려 얌전해서 좋았다. 조용히 다가와 품에 안겼다. 무릎을 파고들어서는 꼼짝을 안 한다. 쓰담 쓰담 하니 보들 보들 감촉이 좋았다. 조카도 강아지도 순하니까 더 예쁘다.

“강아지도 조카만큼 힐링이구나.”

“응. 같이 있으면 얼마나 위로가 되는데. 지난번 한번은 동생 여행 가고 집에 혼자 있는데 너무 우울한 거야.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생각하며 훌쩍이는데 강아지가 다가와서 볼을 비비더라고.” 친구는 강아지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결혼을 갈망하는 이 친구는 나타나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 강아지와 평생 살겠노라 선언했다. 퇴근하고 들어오면 반갑게 맞아주는 강아지에 하루 피로가 가시고, 강아지와 놀다 보면 심심할 틈이 없고, 강아지 보고 싶어 집에 일찍 들어오는 등 생활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후 ‘싱글에게 강아지가 필요한 이유’를 설파하며 다녔다.

귀로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눈은 별이를 응시했다. 혼자 장난감 뼈를 어찌하는 걸 보니 귀엽기는 했다. “손” 하면 손을 주는 별이와 놀다 보니 근심 걱정을 잠시 잊었다. 먹이를 주면 먹고, 꼬리를 흔들고, 손에 얼굴을 비비는 게 마치 조카 어릴 때 같았다. “대현아, 고모 뽀뽀” 하면 열번을 연달아 퍼붓던 조카. 지금은….

“맞아, 두살 아기 키운다고 생각하면 돼. 처음엔 병원 가서 항체 검사도 하고 기본 접종도 몇번에 걸쳐 맞아야 해. 이후에도 광견병 주사 등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는 접종도 있고, 심장사상충 약도 평생 꾸준히 먹어야 돼. 맨 처음 입양하면 사료랑 배변 패드, 장난감, 영양제, 밥그릇 등 물품도 챙겨야 하고…” 어휴, 아기처럼 손도 많이 가는구나.

내 몸 하나 건사 못하는데, 강아지까지 어떻게 챙길까, 싶어 순간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가만히 별이를 응시했다. 이 녀석, 속마음을 읽은 건지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이내 품에 쏙 들어온다. 친구의 ‘강아지=사람 설’이 다시 시작됐다. “싱글들에게 누군가를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은 책임감을 갖게 해서 나를 더 잘 살게 만들어줘. 혼자일수록 부지런해야 하고, 지치지 않아야 하는데 강아지가 바로 그런 에너지를 주거든.”

반나절 함께 하며 별이에게 마음이 가기는 했다. 하지만, 다시 다 열리지 않은 건 강아지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존재라는 사실 때문이다. 친구는 “요즘은 강아지 유치원도 있고, 그래서 앞집 여자는 강아지를 유치원에 보내는데 매일 오전 유치원에서 강아지를 차로 픽업하러 온다”고 안심시켰지만, 직업적 특성상 유치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퇴근하는 것도 약속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나 좋자고 강아지를 ‘외로울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강아지와의 동거는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벌써 정이 든 듯 묘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별이가 눈에 밟히지만,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게 이럴 때 하는 말이던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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