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살인미수 아닌 특수상해죄”
배심원 7명 전원 살인미수 무죄 판단
궁중족발 사장에 징역 2년 6개월형 선고
아내 윤씨 “미비한 법 고치지 않은 국회도 공범”
궁중족발 사장 김아무개씨의 부인 윤경자씨가 법원의 선고공판이 끝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궁중족발 사장이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와 배심원은 모두 김씨에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해 살인미수 혐의에 무죄 판단을 내렸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는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국민참여재판을 받은 궁중족발 사장 김아무개(54)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범행에 사용된 망치를 몰수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다치게할 의도로 쇠망치를 휘둘러 상해를 가한 것에서 더 나아가 상대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건물주 이아무개(61)씨와 갈등 관계에 있던 김씨가 사건 직전 이씨와의 통화로 인해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범행이 평일 오전 인적이 드물지 않은 청담동 일대에서 벌어진 점, 망치 무게를 고려할 때 가격했을 경우 심각한 상해를 입어야 하나 이씨가 전치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만 입은 점 등도 고려됐다.
심리에 참여한 배심원 7명 모두 살인미수 혐의에 만장일치로 무죄 판단을, 특수상해·특수재물손괴는 만장일치로 유죄 판단을 내렸다. 배심원들은 양형과 관련해 집행유예에 부정적 의견을 보였고 징역 2년 이상이 다수 의견이었다고 재판부는 전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재판부는 배심원의 평결을 참고해 선고를 내리게 된다.
이날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을 진행하는 동안 마음이 무거웠다”고 운을 뗐다. 재판장 이영훈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행위에 합당한 결과를 찾기 위해 재판부와 배심원들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피고인과 피해자, 가족들이 앞으로도 짧지 않은 시간 분노하고 미워하고 고통 속에 살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선고를 듣고 법정을 나선 김씨의 아내 윤경자씨는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내 윤씨는 재판이 끝나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애 아빠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건 맞지만 법 자체가 평등했으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 텐데 이를 방관하고 잘못을 고쳐주지 않은 정부와 국회도 공범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돈이 있었다면 저희가 모멸감을 참아내면서 그렇게 버티진 않았을 것이다. 살아나갈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버틴 것 뿐”이라고 말한 뒤 말을 잇지 못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맘상모)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김씨 같은 임차인 보호를 위해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데 여야가 합의했지만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이견으로 덩달아 무산된 상태다.
궁중족발 사건은 임대료 인상을 둘러싼 임대인-임차인의 갈등에서 촉발됐다. 김씨는 지난 6월7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서 건물주 이아무개(61)씨에 망치를 휘둘러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이씨를 차로 들이받으려다 사건과 관계없는 행인을 치고 다른 차량을 망가뜨린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김씨에 건물주를 살해하려던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지만, 변호인측은 김씨에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자신을 모욕하던 건물주에 위협을 가하려던 것이기 때문에 살인미수가 아닌 특수상해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맞섰다. 검찰은 전날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글·사진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