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등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궁중족발집 사장 김아무개씨에 대한 선처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맘상모 제공
“이게 그 망치 자국입니다.”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증인석에 앉은 건물주 이아무개씨(61)가 왼쪽 팔뚝의 옷을 걷어 올리며 배심원 질문에 답했다. 6월7일 임차인 김씨가 건물주 이씨에 망치를 휘둘러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힌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이 날, 건물주 이씨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씨는 “나는 사건의 피해자”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고, 증인신문은 예정된 시간을 넘겨 3시간 넘게 진행됐다. 하얀색 차폐막을 사이에 두고 이씨로부터 2m 남짓 거리의 피고인석에는 수의를 입은 ‘궁중족발’ 사장 김아무개(54)씨가 앉아 있었다.
이날 재판부와 배심원의 관심은 사건 당시 상황이 ‘살인의 고의’가 느껴질 정도로 위협적이었는지에 쏠렸다. 이씨를 다치게 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변호인은, 망치로 머리를 맞았다고 주장하는 시점과 부위, 횟수 등을 두고 이씨와 공방을 벌였다. 배심원도 “왼쪽 광대도 맞았다고 했는데 (당시 시시티브이) 영상을 보니 바닥에 왼쪽 얼굴이 닿아있다. 어떻게 맞았다는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씨는 “당시는 발이 얼어붙는 듯 위협을 느꼇다”며 “이 사고로 고관절도 이상이 있다고 해 정밀진단을 받기로 했고 키도 줄었다”고 호소했다.
사건 발생 배경을 두고도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변호인이 “사건 관련 빌딩을 포함해 증인이 소유한 부동산 14곳의 공시지가는 308억 상당이고, 지난해 기준 350억 상당의 가치라는데 맞는가”라고 묻자, 이씨는 “사건과 관련도 없고 이 자리에서 제 개인재산을 말할 필요가 없다. 답변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이씨는 “월세 3배 이상을 올리는 조건이면 사실상 나가라는 이야기였나”라는 변호인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법원 감정 결과 적정 임대료는 월 304만원”이라는 변호인의 지적에는 “적절치 않다. 그 금액에 승복할 수 없다”고 했다.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이씨의 언성이 높아지자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이영훈 재판장은 “사실관계에만 답하면 된다. 싸우려 하지 말라”며 이씨를 제지하기도 했다.
증인으로 나온 정신과 전문의는 사건 발생 전날 김씨의 심리상태에 대해 “사건 전날 김씨를 직접 만났을 때 살인에 이를 만한 분노와 불안은 없어 보였다”라고 증언했다. 김씨의 1심 선고는 6일 오후 2시에 나온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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