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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자사고 재지정 기준 ‘60→70점’ 높여…일반고 전환 이끌까

등록 2018-09-05 05:00수정 2018-09-05 08:49

자사고 재지정 까다롭게
교육부 평가기준 표준안 입수
교육과정·선행학습 방지 배점 높여
입시학원화 막겠단 의지 드러내
비리 적발되면 곧장 지정 취소도

재지정 ‘좁은 문’ 작동할까
올해 1곳, 내년 24곳 등 81곳 대상
교육부·진보교육감들 의지 강해도
대기업 자사고들 통과 가능성 크고
떨어진 고교들은 거센 반발 변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4년 9월4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청사 기자실에서 자율형 사립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4년 9월4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청사 기자실에서 자율형 사립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교육부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과 관련해 첫 평가 대상 고교를 선정하는 등 본격적인 고교체제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자사고 재지정 권한을 가진 전국 시·도 교육감의 상당수가 자사고·외고 등의 일반고 전환에 동의하고 있어, 이번 고교체제 개편의 결과가 주목된다.

‘최하점 10점↑’ 엄격해진 기준 4일 <한겨레>가 입수한 ‘자사고·외고·국제고 2기 평가기준 표준안’을 보면 정부는 “과거 봐주기식 평가라는 일부 비판에서 벗어나 평가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엄정한 평가를 실시한다”며 ‘일반고 전환 정책’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반고 전환이) 국정과제’라는 표현도 평가 목적에 등장한다.

특목고(외고·국제고)와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 기준’도 한층 엄격해졌다. 특히 자사고 등이 ‘입시 명문고’로 변질돼 고교서열화를 주도해왔다는 판단에 따라 애초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됐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구체적으로는 학교·교육과정 운영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에 기존 배점 50점을 60점으로 높였다. “학교들의 반발을 고려해 새 평가지표를 최소화했다”면서도 교실 수업이 입시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노력한 점을 새 평가항목에 포함시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선행학습 방지와 기초 교과목 편성에 대한 평가 기준도 높였다. 이들 항목은 모두 설립 목적과 상관없이 상위권 대학 입시에 특화해 교육과정을 운영했던 학교들을 걸러내겠다는 뜻이다.

항목별 ‘5등급(A~E) 배점제’를 유지하되, 단계별 점수 차이를 키워 ‘일반고 전환 대상’을 보다 분명히 구분한다는 의도도 뚜렷이 했다. 이번에는 실제보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가짜 보고서를 만들거나, 부정한 평가 개입 등 비리가 있으면 그 자체로 지정 취소가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시·도 교육청이 점수를 매기는 ‘재량평가’ 항목에 배정된 점수도 기존 ‘-5점~+10점’(변동폭 15점)에서 ‘-12점~+12점’(24점)으로 확대했다. 전국 시·도 교육감 17명 가운데 진보성향 14명이 일반고 전환 정책에 적극적인 점을 고려하면 특목고·자사고로서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수를 종합해 재지정 취소의 기준선이 되는 총점도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올랐다. ‘1기 평가기준’이 “학교 발전을 위한 인적·물적·재정적 투자 계획 이행 여부” “교육 수요자의 만족도 제고와 특성화 프로그램의 충실한 운영”처럼 특목고·자사고 활성화에 평가 초점을 맞췄던 것과 차이가 있다. 또 당시에는 재지정(탈락) 기준 점수가 60점에 불과했던데다, 특목고·자사고 활성화에 적극적이었던 교육부 장관의 동의도 거쳐야 했다.

첫 대상은 ‘삼성고’…최상위 학교 손볼까 2기 평가 대상인 전국의 특목고·자사고는 자사고 43곳, 외고 31곳, 국제고 7곳 등 모두 81곳이다. 올해는 자사고인 충남 아산 삼성고 1곳만 평가가 이뤄진다. 내년에 24곳, 2019년 55곳, 2022년에 1곳 등이다.

이들 학교가 각 시·도 교육청이 진행하는 평가에서 기준점(70점)을 넘지 못할 경우, 시·도 교육청의 특목고 지정·운영위원회와 청문회 등을 거친 뒤 교육부 장관 동의를 받아 일반고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 교육부는 기준 미달 학교에 대해 일반고 전환을 유예하거나, 재평가받을 ‘기회’를 주지 않도록 시·도 교육청에 권고까지 해둔 상황이다. 기준점 이상을 받았더라도 학생 선발이나 회계에 비리가 있는 학교는 교육감 직권으로 일반고 전환이 가능하다.

재지정 평가를 거쳐 문제가 있는 특목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교육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삼성고의 일반고 전환을 요구하는 아산 고교평준화 시민연대 쪽은 “2기 재지정 평가기준이 강화됐다고 해도 형사비리 등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삼성고 수준의 학교가 교육부 평가표를 충족시키지 못해 낙제점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학교마다 형편이 제각각 다른데다 구성원들이 심하게 반발하는 사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된 자사고는 7년 안팎, 일부 외국어고는 길게는 26년 가까이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곳이 있는데 정부가 ‘일반고 전환’을 정책 목표로 삼는 게 올바르냐는 의견도 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외국어고·국제고·국제중 운영평가지표 개발연구’(2014)에서 “학교 선택제는 가장 적합한 학습환경을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고,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해 교육의 질 향상과 교육 다양화로 연결되도록 한다”며 “선택받지 못한 학교는 자연스럽게 폐쇄되도록 하는 시장적 접근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2기 평가 첫 대상인 삼성고(삼성)를 비롯해 서울 하나고(하나은행), 인천 포스코고(포스코)처럼 대기업 지원을 받는 대표적인 특목고·자사고들의 경우, ‘평가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지방 교육청 관계자는 “이들 학교는 한해 수십억원대 대기업 지원을 바탕으로 뛰어난 교육 여건을 갖춘데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비도 잘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일반고 전환 정책이 일부 ‘특별한 학교’에 대한 편파 시비를 피하는 동시에 고교서열화 해소 등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보다 엄정한 기준과 투명한 과정으로 평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황춘화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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