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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상] 5일전 수술 김복동 할머니 “너무 속상해 나왔다”

등록 2018-09-03 14:20수정 2018-09-03 22:44

외교부 앞에서 20분간 빗속 1인 시위
“화해치유재단 해산, 정부는 뭐하나”
정의기억연대 9월중 ‘2차 국민행동’ 나서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장대비가 갑자기 쏟아지던 3일 오전 9시께,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 활동가인 김복동 할머니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 섰다. 흰색 비옷을 입은 채 휠체어 앉아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이라고 적힌 노란 팻말을 든 김 할머니의 목소리는 암과 싸우고 있단 사실을 잊을 만치 카랑카랑했다. 그는 “일본하고는 우리가 싸울테니 정부는 화해재단인지 ○○재단인지 좀 해산해달라”고 외쳤다.

92살인 김 할머니는 현재 뱃속에 퍼진 암과 싸우고 있다. 불과 일주일도 안된 지난달 27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김 할머니는 “수술한지 5일밖에 안됐는데 방에 누워있으니 속이 상해 죽겠어서 아무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나왔다”며 1인 시위에 나온 이유를 밝혔다. 한경희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할머니의 병환이 깊어 1인 시위하시겠다는 걸 말렸지만 워낙 완고하셔서 끝내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할머니는 “(사람들이) 우리가 위로금을 받고 소녀상을 철거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미친 ○같은 소리하지 말아라. 우리가 위로금을 받으려고 이제까지 싸운 줄 아느냐. 위로금 천억을 줘도 받을 수가 없다. 돌려보내라고 하면 돌려보내야지”라며 화해치유재단 해산에 미적거리는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김 할머니는 “남북관계 문제도 있어서 그동안 우리가 조용히 (화해치유재단 해산 문제를) 묻어왔는데 정부는 여전히 꼼짝도 않고 있다”며 “대통령도 외교부 장관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만이 아니라 국민들을 생각해서 하루라도 빨리 재단을 해산하고 평화의 길을 열어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 할머니는 정부에 재단 해산을 촉구하는 발언을 약 5분여 동안 쏟아낸 뒤 곧장 차에 오르지 않고 “여기 일본 기자도 와 있냐”며 일본 기자를 찾았다. 현장을 취재하던 다케다 하지무 <아사히신문> 한국 특파원이 김 할머니 곁에 몸을 낮춰 앉자 할머니는 당부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크게 사죄하라고 하는 게 아니네. 자기네(일본)가 (위안부를 강제동원)했다고 인정하고 기자들을 모아놓고 용서해달라고 하면 우리도 용서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김 할머니는 이 이야기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잘 전달하라고 다케다 특파원에게 신신당부했다. 이어 “늙은 김복동이가 ‘하루라도 서로 좋게 지내려면 아베가 나서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신문에 내달라. 해볼 수 있겠나”고 물었다. 다케다 기자는 “노력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약 7개월만인 2016년 7월28일 공식 출범했다. 재단은 ‘한·일 위안부 합의’로 받은 10억엔을 집행하는 역할을 맡았으나, 피해 생존자에게 쓰기로 했던 돈이 재단 운영비로 사용되는 등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정의기억연대 등은 재단의 해산을 요구해 왔다. 특히 화해치유재단은 지난해 말 이사 전원이 사임해 사실상 재단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이 재단에 대한 해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화해치유재단을 올해 안에 정리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고 밝혔고, 일본에서 낸 출연금 10억엔을 한국 정부 예산으로 대체하기 위한 예비비 지출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의기억연대는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지 않고, 단지 일본이 낸 위로금 10억엔을 우리 정부 예산으로 돌리는 것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기억연대는 3일 김 할머니의 1인 시위를 시작으로 한달 동안 외교부와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촉구하는 2차 국민행동을 진행한다. 정의기억연대는 지난달 6일부터 31일까지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며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촉구하는 1차 국민행동을 진행한 바 있다. 한경희 사무총장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에 대해 국가 간의 외교적 합의 운운하는 외교부의 각성을 촉구한다”며 “많은 시민들이 1인 시위에 참여해주고 있다. 9월 안으로 정부의 가시적인 조치가 없으면 이후엔 다른 방법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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