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엑스 해고 승무원들이 29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수사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면담을 요구하며 대법정으로 진입하려다 이를 막는 경비관계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있다.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문건에 이름이 오른 시민사회단체와 사건 당사자들은 이에 분노를 감출 길이 없다.
케이티엑스(KTX) 해고승무원들은 해고 무효를 주장하며 2008년 11월 첫 소송을 제기하고 1·2심에서 승소했지만 2015년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깨고 “케이티엑스 승무원은 철도공사 정규직이 아니다”라고 선고했다. 판결 직후 승무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9일 대법원 앞에서 양 전 대법원장 구속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 나선 김승하 철도노조 케이티엑스(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울며 소리쳤다. “내 친구를 살려내라”
2008년 이른바 ‘키코사태’로 회사를 잃은 박용관 전 동화산기 회장이 31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열린 재판조작 규탄 기자회견에서 주저 앉아 망연자실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박용관 전 동화산기 회장은 대법원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는 40여년간 키워온 회사를 ‘키코사태’로 잃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할 때만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혜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상당수가 피해를 봤다. 은행이 중요 정보를 숨기고 상품을 판매한 정황이 담긴 서울중앙지검의 2010년 수사보고서가 있었음에도 2013년 9월 대법원은 키코 계약이 불공장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기태 전 철도노조위원장이 31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열린 에스알(SR)분리·케이티엑스(KTX)승무원 재판조작 규탄 기자회견에서 2009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고통받았던 노동자들의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수사, 2009년 철도파업 부당해고 원상회복, 에스알(SR)과 코레일의 통합, 케이티엑스(KTX)해고승무원 원상회복 등을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김기태 전 철도노조 위원장은 2009년 파업을 떠올리며 눈물을 삼켰다. 철도노조는 파업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고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014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파업을 이유로 2010년 해고된 철도노동자 허아무개 씨는 재판이 진행되던 2011년 동료들에게 ‘고마웠다’라는 말을 남긴 채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케이티엑스 해고 승무원들이 29일 오전 대법원 대법정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수사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해 사법부를 대표해 사과했고 사법행정권 남용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대법원과 행정처의 인적·물적 완전 분리를 언급했다. 그러나 재판거래 파문에 관한 형사조치는 의견을 모아 최종결정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대법정 들머리에는 정의의 여신 ‘디케’ 동상이 있다. 디케는 인간의 삶 속에서 정의의 문제를 관장하는 역할로 인간 세상에서 잘못된 판결에 의해 정의가 훼손될 때면 그에 대한 복수로 재앙을 내린다고 한다. 정의의 여신 ‘디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눈에 이들이 유죄입니까?”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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