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신현호의 차트 읽어주는 남자
⑫ 야외배변
전세계 9억명 여전히 야외배변
18억명 오염된 물 식수로 사용
더 못사는 파키스탄도 12%인데
인도는 전체 인구 40%가 해당
힌두 경전 “집에서 배변은 부도덕”
야외배변 많으니 영아사망률 높아
‘화장실 없으면 시집 안 가’ 캠페인
남성 부족한 지역에서 효과 톡톡
⑫ 야외배변
전세계 9억명 여전히 야외배변
18억명 오염된 물 식수로 사용
더 못사는 파키스탄도 12%인데
인도는 전체 인구 40%가 해당
힌두 경전 “집에서 배변은 부도덕”
야외배변 많으니 영아사망률 높아
‘화장실 없으면 시집 안 가’ 캠페인
남성 부족한 지역에서 효과 톡톡
“도성 안에 있는 우물을 보거드면 모두 대소변의 거름물로 화한 것이라 그 물을 정한 유리항에 담아 놓고 조흔 현미경으로 그 물을 비추어 볼 것 같으면 물 가운데 반드시 무수한 버러지가 있을 터이니 그런 물을 먹고서야 인민들이 어찌 병 없기를 바라리요.”
이 글은 <독립신문> 1899년 7월19일치 기사입니다. 이 외에도 조선 후기 지식인들의 글과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의 기행문을 보면 서울이 똥 천지였다는 것을 개탄하는 대목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1910년대까지도 ‘길바닥에 똥을 누지 말라’는 것이 우리나라 언론 사설에 빈번히 등장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신동훈 교수 팀은 서울 시내 조선 시대 지층에서 기생충 알을 대량으로 발견하여, 당시 도성에 인분이 넘쳐났다는 것을 실증한 바도 있습니다. 물론 지금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고, 또 유럽의 선진국들도 과거 발전과정에서 겪었던 일이기에 특별히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야외 배변은 현재 진행형의 문제
하지만 알고 계신가요? 지금도 세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이 아닌 길가와 들판에서 대변을 누고 있고, 인류의 심각한 보건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학자들이 이에 대해서 추적한 흥미로운 (그러나 약간은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는) 연구를 같이 살펴보려고 합니다.
유엔은 1990년 지속적 발전을 위한 16대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위생적인 식수를 모두에게 공급하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이 공동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대략 9억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야외에서 배변을 하고 있고, 18억명이 대변에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여 있으며, 식수 오염으로 인해 매일 1000명의 어린이들이 설사병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100여년 전 우리 언론이 개탄한 바대로, 사람들이 길바닥에 똥을 싸서 식수가 거름처럼 되는데 병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그림 1은 국가별로 야외 배변을 하는 인구의 비율을 표시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야외 배변은 수세식 화장실이나 재래식 간이변소가 아닌 말 그대로 길가, 들판, 하천에서 변을 보는 것입니다. 대개는 경제발전을 통해 화장실을 포함한 위생설비가 확충되고 위생 관념이 확산되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면 야외 배변 인구가 줄어듭니다. 그런데 야외 배변 인구 비중이 40%인 인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우려가 높습니다. 아프리카의 일부 야외 배변 인구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 비해서 인도는 경제적으로 훨씬 더 발전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인 베트남(3.9%), 중국(1.5%) 및 경제사정이 더 좋지 않은 방글라데시(0.1%), 파키스탄(12%) 등과 비교하면 인도가 얼마나 야외 배변 비율이 높은지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적 전통도 중요한 요인
인도에는 영아사망률 패러독스가 있습니다. 영아사망률은 당연히 경제 수준, 부모의 건강 수준, 교육 수준, 의료 서비스 접근 수준 등이 높아지면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인도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힌두인들의 영아사망률이 사회적 약자인 무슬림인들에 비해서 뚜렷이 높은 경향을 보이는 것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1992~2005년의 보건 서베이 데이터에 의하면 영아사망률은 힌두인 7.4%, 무슬림 6.3%였습니다. (통상 영아사망률은 1000명의 아이가 출생 후 만 1살이 되기까지 사망하는 비율인데, 여기에서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100명당 사망하는 비율, 즉 퍼센트로 환산한 값을 사용하겠습니다.)
경제학자 마이클 지루소(미 텍사스대학)와 딘 스피어스(인도 통계청)가 이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습니다.(‘이웃의 위생과 영아 사망’, <아메리칸 이코노믹 저널> 2018) 먼저 그림 2(A)를 보시죠. 약 30만명의 조사 대상 가구를 재산 보유액 순서대로 배열할 경우 재산이 높아질수록 영아사망률은 낮아지지만 같은 재산인 경우 무슬림의 영아사망률이 힌두인의 영아사망률보다 낮았습니다. 그림 2(B)는 산모의 키와 영아사망률 사이의 관계입니다. 산모의 키는 산모의 건강상태에 대한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산모의 키가 클수록 영아 사망률은 낮아집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산모의 키가 같은 경우, 언제나 무슬림보다 힌두인의 영아사망률이 높았습니다.
이들은 가족뿐 아니라 이웃의 환경도 중요하다는 것에 착안하여 이웃의 특성을 살펴보았는데, 그림 2(C)에서 보듯 특이하게도 마을에 무슬림의 비율이 높을수록 (즉 힌두인의 비율이 낮을수록) 영아사망률은 낮아졌습니다. 도대체 왜 힌두인에 비해 더 가난하고 교육 수준도 낮고 의료 혜택도 덜 받는 무슬림인이 많이 사는 마을이 더 위생적인 것일까요?
놀랍게도 그 차이는 그림 2(D)에서 나타난 야외 배변 비율에서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인도가 이례적으로 야외 배변 비율이 높은 나라라는 것은 앞에서 말씀드렸는데요. 인도 내에서도 힌두인의 야외 배변 비율은 66%로 무슬림인 44%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높았습니다. (이 통계는 1992~2005년의 조사로 구한 것입니다. 그래서 앞의 지도에서 나온 인도 평균 2015년 40%보다 더 높게 나온 것은 시점 차이 때문입니다.) 결국 이들의 연구를 요약하면, 인도에서 힌두인들은 무슬림인들에 비해 야외 배변을 하는 비율이 더 높기 때문에, 힌두인 비중이 높은 마을의 위생이 더 나쁜데, 힌두인은 상대적으로 힌두인 비율이 높은 마을에 살기 때문에 위생상태가 나쁜 마을에 살 가능성이 큰 것이었고, 이것이 힌두인들의 높은 영아사망률로 이어진 것입니다.
힌두인들의 높은 야외 배변 비율은 그들의 오래된 경전의 가르침 때문이라고 합니다. 집에서 대변을 누는 것은 영적으로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하여 금기시하는데, 이것은 사실 고대 사회에서는 적절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세균이 득실거리는 대변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누는 것은 당시에는 더 위생적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시가 발달하고 인구가 늘어난 상황에서 모두가 저마다 자신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고 해봤자, 서로 남의 집 근처에 대변을 누는 것에 불과한 일입니다. 이 경우에는 집 안 또는 바로 곁에 화장실을 두고 그곳에서 처리하는 것이 전체의 입장에서는 훨씬 더 좋은 일이죠. 경제학에서 외부성이라는 이름으로 분석하는 바로 그 개념입니다.
화장실이 없으면 장가 못 갈 줄 알아!
종교적 차이 말고 성별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예, 대부분 예상하신 대로 야외 배변 비율은 남성이 뚜렷이 높습니다. 여성의 경우 야외 배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나 안전 문제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림 3은 미국 텍사스대학의 인구학자 다이앤 코피 교수 팀의 조사 결과인데, 인도 농촌 지역의 화장실이 있는 집에 사는 남성과 여성의 연령별 야외 배변 비율을 정리한 것입니다. (‘야외 배변에 대한 선호’, <이코노믹 폴리티컬 위클리>, 2014)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의 야외 배변율이 낮은데, 특히 프라이버시와 성폭행의 위협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의 경우 매우 낮았습니다. 남녀 공히 야외 배변 비율이 고령자 집단에서 높은 것은 노인세대가 위생에 대한 정보에 덜 접한 탓도 있고 종교적 가르침에 더 강한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초고령 집단에서 야외 배변 비율이 낮은 것은 기동이 불편해져서 집 밖에 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의 야외 배변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해결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간디는 독립 이전에 ‘독립보다 화장실이 더 중요하다’고 할 정도였고, 지금도 국제사회는 경제적 지원을 통해 화장실을 보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남녀 간의 차이를 활용해서 야외 배변을 줄이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2005년 인도 북부의 하리아나주 정부는 “화장실 없는 집에 시집가지 않겠어”(No Toilet No Bride)라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로 이 구호를 녹음해서 대대적으로 방송했는데, 과연 효과는 어땠을까요?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의 경제학자 야니프 스토프니츠키 교수가 하리아나주와 다른 주들을 비교 연구하였습니다. (‘화장실 없는 집에 시집가지 않겠어’, <저널 오브 디벨로프먼트 이코노믹스>, 2017) 이 효과는 매우 흥미로운데요. 우선 하리아나주의 경우 다른 주에 비해 화장실 보유 가구 비율이 캠페인 직후 크게 늘었습니다. 또 하리아나주 내에서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많이 부족한 지역에서 이 효과가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또 그림 4에서 보듯 결혼 적령기 남성이 있는 집에서 집중적으로 화장실 설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이 캠페인은 결혼시장을 통해서 총각들과 그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압박을 가했던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우리 문제가 아니라고 외면하지 마시고, 인류의 심각한 과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기 부탁드리면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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