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이런,홀로!?
‘미투 운동’ 그 너머
‘미투 운동’ 그 너머
몇몇 유명 인사들의 성폭력 가해 보도를 걷어내면 더 많은 ‘평범한 가해자들’과 더욱 교묘하고 일상적인 성폭력들이 산재해 있다. 직장 내 성폭력, 친족 간 성폭력, 연애 관계에서의 성폭력 등은 목소리조차 낼 수 있긴 한가. 게티이미지뱅크
거절 의사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날 붙잡고 만지려 했다 “그런 애들만 만나냐”는 반응들
자극적 보도와 2차 피해…
언제나 피해자 여성만 부각됐다 개인이 딛고 선 바탕과 문화
미투 운동,
그 너머의 고민이 필요하다 얼마 전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연극계, 대학교, 정치계, 배우, 문학계 등 곳곳에서 미투 운동이 연일 이어졌다. 아직까지 미투 운동이 안 벌어진 곳이 가장 썩어 문드러진 곳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곳곳에 성폭력이 있다. 미투 운동의 정체성은 일시적인 폭로 이상인 ‘나도 말할 수 있다’를 담고 있다. 함께 공감하고 연대하여 서로의 용기가 되자는 것이다. 한편 미투 운동에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대부분 유명인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그가 유명인이었기 때문에 이제껏 쉽사리 말을 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역설적이게도 그가 유명하기 때문에 이슈가 되고 뒤늦은 사과라도 받을 수 있었다.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때, 친구들과 모이면 연일 고무적인 미투 운동과 성폭력 이야기로 들뜬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늘 몇 가지 어두운 고민이 남았다. 가해자가 유명인이 아닐 경우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이 미투 운동이 폭로 이후에 바꾸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미투 운동으로 일부 유명 인사들이 처벌받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말조차 할 수 없는 여성들은 그 기억 속에서 계속 침묵해야 한다. 성폭력은 특정 유명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그러므로 그들이 잠깐 물러나거나 처벌받는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몇몇 유명 인사들의 성폭력 가해 보도를 걷어내면 더 많은 ‘평범한 가해자들’과 더욱 교묘하고 일상적인 성폭력들이 산재해 있다. 직장 내 성폭력, 친족 간 성폭력, 연애 관계에서의 성폭력 등은 목소리조차 낼 수 있긴 한가. 피해 이야기를 말하고 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거기까지 가기도 쉽지 않다. 미투 운동의 포문을 열었던 서지현 검사만 해도 지지부진한 사건 조사 탓에 또다른 고통을 받고 있다. 자극적인 언론 보도 탓에 진실 공방으로만 끝나버린 경우도 부지기수다. 미투 운동 이후 논의돼야 할 것들, 이를테면 성폭력 피해자가 바로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보호하는 장치, 성폭력 사건을 2차 피해 없이 제대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장치와 인식, 근본적인 성폭력 문화(강간 문화)에 대한 논의 없이 그저 자극적인 진실 공방 프레임에서 피해자로서의 여성만 이야기돼왔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솔직히 말해, 소개팅남의 이야기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살 거라는 사실을 안다. 연애 관계에 대한 기대로 나가는 게 소개팅이고 거기서 나는 술을 마셨고 그는 호감을 표시했을 뿐이라고(어쩌면 ‘남자답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어쩌면 딱히 별다른 일도 벌어지지 않았는데 그 정도 일 갖고 유난 떨 거면, 지면으로 옮길 정도면 앞으로 연애는 어떻게 하냐는 질문도 받을 수 있겠다. 이러니 펜스룰이 생긴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가 내 허락 없이 나를 만졌던 것, 그것은 나의 저항 여부나 저항 정도에 따라 잘잘못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것, 미디어에서도 종종 보이는 상호가 아닌 자신만의 어떤 목적을 위해 ‘조르는’ 남성의 모습이 문제적이라는 것, 그건 연인 관계여도 마찬가지라는 점,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윽박지르고 완력을 이용하는 것으로 자기 뜻을 관철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그의 태도를 두고 그 개인이 아닌 개인이 발 딛고 있는 바탕을 이야기해야 한다. 문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라는 이상한 개인 한 사람의 문제라기에는 너무 많은 여성들이 너무 많은 사람들로부터 겪어오지 않았나. 성폭력 문제 해결 과정과 가해자 처벌도 분명 중요하며, 더는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로 존재하는 여성이 아닐 수 있는 사회와 문화로의 변화를 논의해야 되지 않을까. 혜화붙박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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