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가정보원이 수사 의뢰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유력한 유출자로 의심했던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임현)는 9일 “김 전 기획관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 피의자로 수사했지만, 기소할 정도로 증거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애초 크게 두 가지 근거에서 김 전 기획관을 유출자로 특정했다. 김 전 기획관에게 대화록 사본을 전달했다는 청와대 파견 국정원 직원의 진술, 외부로 유출돼 <월간조선>에 보도된 문건과 김 전 기획관이 전달받은 문건 모두 표지에 ‘추가 배포’라는 문구가 없는 등 형식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의 사무실과 자택, 전자우편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혐의 입증에 나섰다. 하지만 법원은 전자우편의 “제목”만 들여다보도록 영장 일부를 제한했고, 검찰은 결국 유출경로를 확인하는 데 실패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기획관과 <월간조선> 기자가 모두 부인하는 상황인 데다, 약 5년 전 일이라 통화내역 등이 확인되지 않아 실체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2009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검토’ 문건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선을 앞둔 2012년 12월14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부산 유세에서 이를 문제삼으며 선거 쟁점으로 번진 바 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엔엘엘 포기’를 언급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미 대선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승리로 끝난 뒤였다. 2013년 1월에는 <월간조선>이 이 문건을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14년에도 ‘엔엘엘 대화록 유출’ 의혹을 수사했으나 김 의원 등은 모두 무혐의 처분하고, 이와는 별개로 국정감사 뒤 기자회견에서 관련 내용을 일부 공개한 정문헌 전 새누리당 의원만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이 이번에 김 전 기획관마저 불기소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집권 보수세력의 ‘색깔공세’와 ‘종북몰이’에 활용됐던 대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검찰은 군형법상 정치관여 및 군사기밀 보호법, 대통령 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김 전 기획관의 나머지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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