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비 네트워크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싸워온 관련 단체 대학생들이 ‘위안부 합의’ 티에프 결과 발표 다음 날인 28일, ‘12·28 합의’를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의사에 반하는 ‘12·28 위안부 합의’(12·28 합의)를 체결한 지 꼭 2년째 되는 28일 이 합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위안부 합의’ 티에프(TF) 조사로 양국 사이에 이면 합의가 있었음이 드러난지 이틀째인 이날 오전 11시 평화나비 네트워크(평화나비) 등 대학생 30여명은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의 이면 합의가 명백하게 드러나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할머니들은 일본의 사과를 받기 위해 72년을 기다려 오셨다. 할머니들에게 더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본군 성노예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인권의 문제”라며 “문재인 정부도 이 사안을 외교와 결부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화나비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전국 대학생들의 연대 모임이다.
평화나비는 이어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넘어가겠다는 의미로, ‘아베 정권의 망언’, ‘일본 정부의 책임 부정’ 등 글자가 적힌 박스를 발로 차며 ‘12·28 합의를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시간 뒤인 이날 정오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대학생들도 12.28 합의 폐기를 촉구했다. ‘매국적 한일 위안부 합의 즉각 파기를 위한 결의대회’에 참가한 대학생 50여명은 “촛불의 명령이다. 매국적 위안부 합의를 즉각 파기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12·28 합의 이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열다섯분이나 돌아가셨다”며 “할머니들이 얼마나 원통하셨을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승아 서울대 6·15 연석대회 대표는 “일본이 수위 높은 반응으로 한국을 협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예상은 했지만 일본의 태도를 보니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12·28 합의 즉각 폐기’를 압박하기 위해 청와대 앞으로 행진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45분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사실상 12·28 합의 폐기를 시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한·일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되었다”며 “유감스럽지만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역사 문제 해결에 있어 확립된 국제 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는 점에서 매우 뼈아프다”고 평가하면서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 말했다.
글·사진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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