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한 상가 건물 벽이 무너져 있다. 포항/김명진 기자
경주 지진 1년여 만에 포항에서 강진이 발생해 전국이 또다시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인 동남권에서 1년 사이에 역대 1·2위 규모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연쇄지진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16일로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이날 지진 여파로 일주일 뒤인 23일로 연기됐다.
기상청은 15일 “이날 오후 2시29분31초에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 규모는 지난해 9월12일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다. 이번 지진이 발생하기 전 같은 지역에서 규모 2.2와 2.6의 전진이 두차례 있었으며, 본진이 발생한 이후 규모 2.0 이상 여진(최대 규모 4.3)이 저녁 8시20분 기준 26차례나 이어졌다. 기상청은 여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질학자들은 오랜 기간 응력이 쌓여온 동남권 단층대에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그 영향을 받은 경주 지진이 어우러져 포항 지진을 촉발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지진이 주변 단층에 영향을 줘서 또다시 연쇄지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지진에 사상 처음으로 수능시험이 연기됐다. 이날 교육부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수능시험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김 부총리는 저녁 8시20분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포항 지역의 수능시험장 14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대동고, 포항고, 포항여고 등 다수 시험장에 균열이 발생했다”며 “수험생 안전과 수능시험의 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능시험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포항 지역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를 이번주 임시 휴업하기로 했다.
이날 포항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는 놀란 주민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지진 강도는 경주 때보다 작았지만 진원 깊이가 지표면 아래 9㎞로 얕아 진동이 뚜렷이 느껴졌다. 포항 곳곳에서는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 외벽이 무너져 세워둔 차량들이 부서졌다. 포항 지진 진앙지에서 10㎞ 남짓 떨어진 사무실에 있던 김상조(59)씨는 “집기와 책이 바닥에 쓰러졌다. 승용차 타이어 펑크 나는 소리가 들렸다. 꽈꽈꽝 하는 소리였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지진 발생 뒤 전국에서 경상자 10명이 발생했고, 63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전국에서 지진을 감지했다고 119에 신고한 건수는 7810건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진앙지에서 45㎞ 떨어진 월성 원전을 비롯해 주변 원전 중 이상이 발생한 곳은 한 곳도 없으며 모두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다만 월성 제1발전소의 경우 지진감지 경보가 발생해 설비를 점검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청와대에서 포항 지진 관련 긴급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원전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시설들의 안전을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지진 발생 15분 만인 이날 오후 2시44분 문 대통령이 타고 있는 공군1호기에 위성전화로 보고했으며, 문 대통령은 4분 뒤 제1부속비서관을 통해 이 사실을 보고받았다.
김정수 김미향 성연철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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