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포항에 발생한 지진으로 집에서 대피한 주민들이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대피해 있다. 포항/김명진 기자 littlprince@hani.co.kr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하루 앞둔 15일 ‘수능 연기’를 전격 결정했다. 지진 발생 지역인 경북 포항에서 시험장 균열 등 상당한 규모의 피해가 속속 확인되면서 수험생 안전은 물론 수능 공정성 및 형평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저녁 8시20분 긴급 브리핑을 열어 “학생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과 시험 시행의 공정성 및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18학년도 수능을 일주일 연기한 11월23일에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김 부총리는 “기존에 차관을 반장으로 운영하던 수능 비상대책본부를 부총리로 격상해 운영하면서 수능 시행 연기와 관련한 종합적인 대책을 조속히 수립·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이날 결정에 앞서 지진 발생 지역을 관할하는 경북도교육청은 포항 지역의 피해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며 수능 연기를 요청했다. 수능을 애초 일정대로 진행하기에는 무엇보다 수험생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경북도교육청이 모두 14개에 이르는 포항 지역의 수능 시험장에 대해 전수 점검한 결과 포항고와 포항여고, 대동고, 유성여고 등 상당수 시험장 건물에서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또한 예비 시험장인 포항중앙고에도 일부 균열이 발생하는 등 여러 학교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교육청 서정원 수능총괄 장학관은 “포항 지역 수능 시험장 일부에서는 건물이 부서진 곳도 있다. 듣기 시험 등에 꼭 필요한 방송시설이 훼손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서 장학관은 “무엇보다 지진으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는 등 많은 수험생이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아 애초 일정대로 수능을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포항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된 15일 오후 광주지역 수능 문답지가 보관돼 봉인된 문 앞을 경찰과 교육청 관계자들이 지키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수능 문답지는 오는 16일 새벽 각 고사장으로 배포될 예정이었으나, 수능이 연기되면서 1주일 동안 경찰의 밤샘 경비아래 보관된다. 광주/연합뉴스
포항 지역을 중심으로 이날 오후까지도 여진이 이어진 점에 비춰, 예정대로 16일 수능을 치르면 자칫 공정성 및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점도 수능을 미룬 배경이다. 애초 교육부에서는 지진 발생 시 대응 요령 가운데 하나로 지진 규모가 크다면 수험생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킨 뒤 상황에 따라 조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지역별로 여진 규모가 달라 수험생 대피 여부와 시험 중단 시각이 제각각 달라지면서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부총리는 “지난해 경주 지진의 경우에도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 46회의 여진이 발생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편, 16일 수능 시험장으로 예정됐던 학교는 수능 연기와 관계없이 예정대로 휴업한다. 또 휴업에 들어가는 포항 지역 외 학교들은 예정대로 오전 10시에 등교하면 된다. 시중은행과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시장 등 주식·외환시장도 애초 예정대로 한 시간 늦게 오전 10시 문을 연다. 김미향 구대선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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