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이런, 홀로!?
홀로들이여 요가 하라
홀로들이여 요가 하라
숙련자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한가득이다. 시원하겠다, 나도 언젠가는 할 수 있겠지. 마치 게임 스테이지를 하나하나 깨듯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다녀 그런 자세를 가능하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꾸준한 요가의 동기가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골반 통증도 불면증도 사라지고
마음껏 고개도 젖힐 수 있다 침묵 속에서 느끼는 연대감과
팔다리 근육도 붙은 것 같다
다음 목표는 ‘전갈 자세’다 나는 취미가 없다. 자기소개서나 이력서에 있는 취미란에는 늘 무얼 적을지 어렵다. 음악 감상, 영화 보기, 책 읽기 따위는 너무 진부하고 누구나 하는 거니 취미도 아닌 거 같고. 왜 나는 좋아하는 게 없을까, 그게 늘 가지고 있던 고민이었다. 남들은 덕질도 하고 어느 거 하나에 푹 빠져 있기도 하던데, 하다못해 푹 빠져 있는 아이돌도 없고 스포츠팀도 없다. 퇴근 후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취미를 찾기 위해 고민하던 중, 이왕 취미를 찾을 거면 건강에도 좋은 운동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조금 부끄럽지만, 사실 지지난달에도 새로운 마음, 새로운 몸으로 시작해보자며 15분 거리의 헬스장을 끊었다. 제대로 하지 못하더라도 헬스장까지 가는 것부터 운동이 되지 않겠냐며. 그러나 역시나 15분 거리조차 귀찮았던 나는 7월 중 헬스장을 딱 한번 갔다. 일수로 31일 중 하루라니, 하루라니!! 이 정도 되니 나 스스로가 심각해 보였다. 다음달엔 헬스를 끊지 않겠다며 더이상 날 과신하지 않겠다며, 어차피 헬스장에서 맨손 운동 할 거면 돈도 절약하며 셀프 홈트레이닝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예상대로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거야. 사실 혼자 살든 둘이 살든 운동은 의지의 문제지만 그 의지가 오래전 집을 나간 게 문제였다. 안 그래도 매일매일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데, 이러다간 진짜 건강도 잃고 취미를 가져보겠다는 결심도 잃어버릴 거 같았다. 생각해보면 배우면서 하는 운동은 그래도 꾸준히 잘했던 것 같아, 배우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 시작했다. 살을 빼는 운동보다 몸을 탄탄하게 하는, 배우면서 역량을 늘려갈 수 있는 그런 운동. 그러다 마침 집 근처에 있던 한 요가원을 발견했다. 티셔츠에 텐트 매트를 들고 갔더니 첫 요가 수업 날, 긴장된 마음으로 요가원의 문을 열었다. 동네 헬스장 요가나 구민센터의 요가 수업만 들었던 난 요가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고 기가 죽었다. 그 사람들은 뭔가 전문적으로(!) 보이는 요가 매트 위에서 뭔가 굉장히 요가를 잘할 것처럼(!) 보이는 요가복을 입고 몸을 풀고 있었다. 나는 그날 집에 있던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캠핑용 텐트 매트를 들고 갔는데. 나중에 알게 되긴 했지만 거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나는 요가를 그저 유연성 운동 또는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쯤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다. 요가를 너무 쉽게 본 것이다. 첫날 내가 배운 요가는 오히려 코어 운동이나 근력 운동에 더 가까웠다. 유연성조차도 몸 안의 근력을 이용해 균형을 잡는 그런 운동이었다. ‘우타나사나→아르다 우타나사나→하이 플랭크→차투랑가→업독→다운독’처럼 클래스마다 반복되는 특정 동작들이 있었고 마치 맨손 근력 운동처럼 한 세트를 여러 번 반복하는 세트 운동이었다. 몸통의 근력부터 팔다리 근력은 물론이고 옆구리 근육과 엉덩이 근육까지 모두 이용하는 운동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니 왜 사람들이 좋은 요가 매트를 쓰고 요가복을 사 입는지 알 것 같았다. 동작 특성상 그냥 티셔츠는 매우 불편했고 내내 바닥을 짚고 버티고 서고 균형을 잡아야 하니 일반 얇은 매트는 불편했다. 첫 요가 수업이 끝나자, 평소에 땀이 별로 없던 내가 얼굴과 온몸에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날 집에 돌아가자마자 요가복을 주문했다. 한달 정도 거의 매일같이 참석한 요가 수업 덕분에 정말로 몸이 달라지고 있다. 기분 탓이 아니다. 물론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아주 극적으로 몸의 형태가 변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가장 두드러지게 변한 점은 몸의 많은 부분이 더이상 아프지 않게 됐다는 거다. 몇달 전 정형외과에서 전신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전신의 뼈가 노답이었다. 평소 너무너무 아프던 목은 이미 일자목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현대인답게 어깨의 높낮이도 달랐다. 골반의 높낮이와 앞뒤 위치도 달랐고 허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막 못 견딜 만큼 자주 아프진 않더라도 이런 부분들이 가끔 삐거덕거리며 날 고통스럽게 했지만, 요가를 하고선 많이 나아졌다. 평소 왼쪽 골반이 좋지 않다 보니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길에 처음 걸을 때 늘 왼쪽 골반이 결리면서 자주 아팠다. 시린 것보다 더 아팠다. 스트레칭을 대강 해줘도 마찬가지였다. 아픈 걸 조금 참으며 몇 발짝 내딛다 보면 자연스레 뚝! 하는 소리와 함께 결린 것이 풀어지곤 했다. 그런데 요가를 시작하고 나서는 아침에 골반이 아픈 일을 단 한번도 겪지 않았다! 골반처럼 평소에 좋지 않았던 목 역시 뒤쪽이 항상 아파 헤어숍에서 머리를 감을 때 목을 뒤로 잘 넘기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고통이 거의 사라지기 시작해 마음껏 고개를 뒤로 젖힐 수도 있다. 몸의 교정 외에 근력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요가원에서 많이 하는 동작 중 하나인 차투랑가는 높은 플랭크 자세에서 몸을 일직선으로 유지한 채 두 팔을 몸과 수평으로 굽혀 바닥에 내려오는 자세다. 처음에는 하이 플랭크 자세부터 힘들다 보니 도저히 두 손과 몸의 근육으로 바닥에 내려올 수가 없었다. 초보자는 바닥에 닿기 전, 먼저 무릎을 바닥에 내려 다리와 배에 무게를 실어 서서히 몸을 내린다. 한달 정도 매일같이 그 동작을 했더니 팔과 몸에 근육이 조금 붙은 건지, 다리를 먼저 내리지 않아도 팔을 포함한 온몸에 힘을 분산해 몸을 일직선으로 유지한 채 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게 됐다. 또, 곧게 선 다음 허리를 숙여 완전히 배와 허벅지가 닿도록 몸을 붙여내는 우타나사나라는 요가 자세도 많이 발전했다. 나름 유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처음 우타나사나 자세에서 배, 가슴과 허벅지가 완벽히 밀착되는 건 불가능했고 엉덩이를 천장으로 끌어올리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 이 자세에서 초보자는 우선 배와 허벅지가 닿기 위해 무릎을 굽혀야 한다. 처음에는 무릎을 엄청나게 굽히고도 끙끙거렸지만, 지금은 거의 무릎을 펼 수 있고 엉덩이를 최대한 하늘 위로 끌어올리는 게 가능하다. 처음 우타나사나 자세는 허리를 숙일 때 두 발 옆에 양손을 두고 시작하지만 지금은 발뒤꿈치까지 잡고 배를 허벅지에, 이마를 정강이에 닿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요가를 하며 가장 좋아진 점은 불면증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일찍 누워도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새벽 내내 뒤척이다, 아침에 고통을 맞이하곤 했다. 커피도 끊고 따뜻한 물을 마셔봐도 불면증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불면증이 계속 반복되자 다음날이 늘 피곤했고 아침에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상황도 왔다. 그러다 하루에 한 시간씩 땀을 뻘뻘 흘리고 온몸과 근육을 움직이며 운동을 하다 보니, 밤에 씻고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기 시작했다! 제시간 취침과 피곤함이 만나니 푹 자게 되어, 다음날이 상쾌하기까지 하다. 언젠가는 나도 이효리처럼 요즘 운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요가를 강력 추천한다. 나같이 정말로 도통 취미가 없고 운동은 더더욱 못하는 사람에게 요가는 딱이다. 선생님께 배우기 때문에 따라 하는 재미로라도 한 시간이 금방 간다. 한 동작, 한 동작 배워가고 익히는 재미가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니 지겹지도 않고 침묵 속에서 현대인들의 일종의 연대마저 느껴진다. 이거라도 해야 우린 건강할 거야. 사실 하타처럼 쉽고 몸을 릴랙스시키는 요가도 있지만, 빈야사나 아슈탕가처럼 굉장히 어려운 고난도 자세를 포함한 요가도 있다. 살람바 시르사사나 같은, 다시 말해 머리를 바닥에 대고 몸을 일직선으로 물구나무 서는 자세나 얼마 전 가수 이효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려 굉장히 핫했던 전갈 자세 등은 초보자가 쉽게 할 수 없는 자세다. 아무리 하려고 해도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데 같은 수업에서 오랜 시간 동안 다닌 분들은 그런 자세를 미숙하게나마 한다. 그런 자세야말로 전신의 코어 근력이 발달해 근육으로 몸을 지탱해 세우는 요가 자세다. 그런 숙련자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한가득이다. 시원하겠다, 나도 언젠가는 할 수 있겠지. 마치 게임 스테이지를 하나하나 깨듯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다녀 그런 자세를 가능하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꾸준한 요가의 동기가 된다. 올해 안에 고난도 자세 중 하나는 꼭 성공할 생각이다. 지금 운동을 고민하고 있다면 요가를 추천한다! 혜화붙박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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