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주 검사장급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한 문재인 정부가 이번주 차장·부장급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있다. 고위직 인사에서 ‘안정감’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엔 사라져야 할 검찰 인사 관행으로 꼽히는 ‘세습 인사’, ‘논공행상 인사’를 어느 정도 떨쳐낼 수 있을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새 정부 들어 3개월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권 수뇌부가 검찰의 조직 논리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법무부·대검의 엘리트 중간간부들에 대한 인사와 더불어 눈길을 끄는 포인트는 서울중앙지검 2·3차장 인사다. 전임 이정회(51·사법연수원 23기) 2차장과 이동열(51·22기) 3차장은 지난 27일 인사에서 이런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직 안정’ 차원에서 검사장 승진을 했다. 공석이 된 두 자리는 각각 주요 공안사건과 대규모 특별수사를 책임지는 핵심 요직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에는 파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부임한 윤대진(53) 1차장검사가 전임자보다 4기수 아래인 사법연수원 25기여서, 2·3차장도 전임자보다 한참 후배인 검사가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기수를 낮추려는 배경에는 지금껏 중앙지검 2·3차장 산하 부서에 집중됐던 권한도 분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3차장 산하 부서의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맞물려 있다. 일부에선 권력형 비리를 주로 다뤄온 산하 4개의 특수부 가운데 일부를 축소할 수 있는 전망도 있다. 2차장 산하에서 대공·선거·노동 사건 등을 수사하며 ‘정치 수사’ 논란을 빚어온 공안부 역시 이번 인사를 거치며 축소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검찰청의 정보 수집과 직접 수사 기능을 각각 담당해온 범죄정보기획관실과 부패범죄특별수사단도 어떤 식으로든 업무 조정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난달 정수봉 전 범정기획관을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낸 뒤, 후임을 임명하지 않았다. 또 최근엔 범정기획관실 소속 검찰 수사관 전원을 전보하며 후임을 보충하지 않아 일시 폐쇄된 상태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도 검사장급이었던 김기동 전 단장이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전보된 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인사를 통해 ‘검찰총장 친위대’라는 비판을 받아온 두 조직의 기능을 폐쇄 또는 조정하려는 수순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사장급 인사가 너무 평이했기 때문에 중간간부급 인사를 봐야 검찰 개혁 방향을 이해할 것 같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다. 어차피 예정된 변화라면 빨리 받아들이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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