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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검사들의 과거, 청와대가 잘 모르는 것 같다”

등록 2017-07-30 21:31수정 2017-07-30 22:00

법조계·법사위 의원들 “정치검사 청산, 미흡했다”
정성호 “중하위 검사들에게 잘못된 신호 줄 것”
문재인 정부의 첫 검사장 인사가 “정치검사에게 통렬한 책임을 묻겠다”는 약속과 달리 미흡했다는 목소리가 여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개혁의 첫 걸음인 ‘인적 청산’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검찰의 행태를 잘 알고 있는 여당 법조계 출신 의원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이들은 롯데 수사 등 민감한 사건을 지휘하면서 우병우 민정수석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최경환·윤상현·현기환 등 ‘친박 실세’들을 불기소 처분한 이정회 2차장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사례를 대표적인 ‘잘못된 인사’로 보고 있다.

검사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사장 인사 발표가 있었던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과거 정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던 것으로 여겨지는 몇몇 간부들을 검사장으로 발탁하거나 주요 보직에 그대로 유임한 점과 최근 물의를 일으킨 검사장을 다른 지휘관 보직으로 전보한 점 등은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라며 “곧 있을 ‘차장, 부장급 후속 인사’를 해 ‘이제 검찰이 바뀌는구나’ 하는 느낌을 보다 명확히 가질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민주당의 법조인 출신 한 중진 의원은 “검찰 인사는 입법도 필요 없이 대통령이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으로 정치검사의 책임을 묻고 우병우 라인을 쳐내면 되는데 검사장 인사를 보니 별 게 없었다”며 “여론도 좋고 검찰이 납작 엎드려 있을 때라 지금이 기회인데 첫 인사의 결과가 이러니 결국은 검찰이 ‘제식구 감싸기’ 하면서 시간만 보낼 것”이라고 개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의 한 의원도 “검사들이 뭘 잘못했는지 청와대는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차장검사, 부장검사 인사에서도 인적 청산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28일, 미흡한 인적 쇄신에 우려를 표명하며 <한겨레>와 인터뷰를 했다. 민변 출신 변호사인 정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뒤 당시 열린우리당 검경수사권 조정 정책기획단에서 활동했고 2012년에는 민주통합당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참여정부에서 실패한 검찰개혁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검찰의 모습이 있다면 통렬히 반성해야 하고 그에 대해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는데 검찰 인사가 왜 이렇게 미흡한가”라고 묻자 정 의원은 “인사를 서두른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정부에서 검찰이 관여했던 사건은 이미 다 언론을 통해 드러나 있다. 과거 문제 있는 사건을 처리한 검사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 점검하고 인사를 했어야 했다”고도 했다. 검사장 인사를 서두르면서 과거 정권에서 문제를 일으킨 검사들의 과오를 꼼꼼히 점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정 의원은 “책임 있는 검사에게 책임을 물어달라는 것도 국민적 요구”라며 “스스로 책임을 못 지니 인사권자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누가 봐도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는 검사들의 승진을 지켜본 중하위직 검사들에게 (정치검사적 행태를 보여도 괜찮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 아니겠냐”며 곧 단행될 중간간부 인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적 쇄신 평가와 함께 검찰개혁의 성공 조건 등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제 문재인 정부의 첫 검사장 인사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어떻게 봤나. 인적 청산 제대로 됐다고 보나?

“전체적으로 무난하다는 평 있지만 의원들이나 검찰을 주목해서 지켜봤던 법조계 인사들, 과거 정부의 검사들의 행태에 대해서 문제제기했던 분들 중에서 과거 정권 하에서 정치권에 줄을 대고 사건을 정의롭게 처리하지 못한 일부 검사들이 살아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검사는 통렬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했는데 인적 쇄신 왜 미흡했을까?

“인사를 서두른 게 아닌가 생각한다. 청와대 차원에서나 여당 또는 언론 쪽에서 과거에 어떤 사건들이 문제 있었는지, 문제있는 사건 처리한 어떤 검사들인지, 어떤 정도의 책임져야 하는지 실체가 드러나야 한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과거사 정리라는 이름으로 모든 국가기관들이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고 내부 적폐를 청산하려는 노력들이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그런 자기반성의 절차가 전혀 없었다. 엠비정부 5년,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사건이 왜곡되고 국민의 기대 저버리는 결과를 만들어낸 게 많았다. 그런 부분에 대한 점검이 있은 다음에 인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검찰총장 취임한 지 이틀만에 검사장 인사를 했는데 그렇게 시급했던 문제였나. 사실 검찰이 지난 정부에서 관여했던 사건들은 다 드러나 있다. 언론에서도 지적을 많이 했고. 조금 더 신중하게 그런 책임을 져야 할 검사들에 대해서는 문책하는 인사가 있어야 했다.”

-검찰 인사는 ‘학습효과’라는 게 있지 않나. 나도 저 선배처럼 하면 된다, 또는 안 된다는 식의.

“누가 봐도 책임 있다고 여겨지는 검사들이 진급, 승진하는 것 보면서 중하위직 검사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지 않겠냐.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명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차장·부장검사 등 검찰 후속인사에서도 인적 청산이 제대로 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차장이나 부장들이 대통령이나 정권 차원에서 압박을 가할 때 거기에서 자유롭게 수사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상식을 벗어나서 결정하는 사건들이 많이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 ‘불가항력이었다, 외압 견디기 힘들었다, 정권 차원의 압박 견딜 수 있겠느냐’고 변명할 게 아니라 부장·차장검사 정도는 문제제기를 했어야 했다. 그런 것들이 후속 인사에서 반영돼야 (외압에 굴종해 사건을 왜곡시키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을 거다. 이번에 확실히 개혁하고 검찰도 거듭나야 한다. 대통령도 검찰을 권력의 전리품으로, 정적들을 숙청하려는 칼로 쓸 의도가 전혀 없다. 나는 ‘인적 청산’이 아닌 ‘인적 쇄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철저한 자기반성 통해서 책임져야 할 사람들, 국민들로부터 신뢰 잃게 하는 사람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스스로 책임 못지니까 인사권자가 책임 물어야 한다. 책임 있는 검사에게 책임 물어달라는 것도 국민적 요구다. 이걸 검사들이 권력에 줄을 서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검찰은 적폐이기도 하지만 적폐청산의 주체이기도 하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검찰개혁이라는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검찰은 적폐청산의 대상이면서 주체인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100% 만족한다거나 완벽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과거 정부에서 문제가 됐던 검사들을 물러나게 했기 때문에 의지가 있는 검사들에게 ‘국민을 위해서, 국가의 정상화를 위해서 제대로 해야겠구나, 정의로운 검찰로 거듭나야겠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본다. 검찰이 적극적으로 적폐청산에 나서리라고 보고 그런 과정에서 신뢰받는 존경받는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

-검찰이 적폐청산에 나서 성과를 내면, 대선자금 수사 때처럼 쓰임을 인정받아 자신들의 권한을 내놓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검찰은 개혁 요구가 있을 때 정치권, 경제계 사정 수사를 통해서 존재 이유를 드러내고 일시적으로 국민적 신뢰를 얻었다. 그러나 지난 9년 동안 여러가지 쌓인 게 많아서 그런 식으로 모면하고 검찰의 권한을 그래도 두는 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거다. 검찰을 위해서도 이제는 권한을 내려놔야 한다. 모든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다 갖고 있는 건 형사소송 구조가 공판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도 안 맞는다. 검찰이 최근 특수 사건에서 무죄가 많이 나고 있다. 정치권 하명수사는 특히 그렇다. 검찰은 중요사건들 기소와 공소유지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참여정부 시절의 검찰개혁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참여정부 때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이 화두였다. 대통령도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는데 검경수사권 조정은 정부 안에서 검·경 사이의 이견조차도 조정하지 못했다. 공수처는 야당의 반대가 검찰 출신 의원들 중심으로 극심해서 이뤄지지 못했고 대통령의 국민적 지지가 떨어지면서 개혁의 동력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워낙 엠비정부나 박근혜정부 9년을 겪으면서 검찰의 수사 독점에서 나오는 폐해를 국민들이 많이 겪었다. 검찰개혁을 국민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대통령도 의지가 강하다. 검찰이나 경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거나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진 않을 거라고 본다. 입법 과정에서 야당이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게 문제다. 야당이 여야 정치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를 정상화하는 사법·수사체계를 제대로 만든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쉽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태규 최혜정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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